학원서 ‘U턴’… 사교육비 25% 줄어원어민강의-단과반 등 운영맞춤형 ‘방과후 학교’ 효과학생 참여율 62% 높아져
서울 마포구 서울여중 학생들은 특목고 진학 준비를 학교에서 하고 있다. 구순희 서울여중 교장은 “조사를 해보니 신입생 중 절반 이상이 특목고 진학을 원하고 있더라. 이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에 의지하게 될 텐데 학교에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 교장은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상위권 학생부터 학교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데 주력했다. 상위 10% 아이들을 모아 ‘알파반’을 만들고, 상위 20% 이내 학생들을 위해서는 ‘프라임반’을 운영했다. 영어와 수학 위주로 가르치는 두 반은 학생들에게 희망 과목을 신청 받아 국어 논술과 사회 과학도 수업에 포함시켰다. 원어민 강사를 뽑을 때는 학부모 앞에서 수업 실연을 했고, 주기적으로 만족도 평가를 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했다. 원어민 강사는 매 학기 학부모와 일대일 상담을 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학원을 끊기 시작했다.
상위권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준별 수업은 물론이고 ‘야간 종합반’, ‘모범학생 무료 수강권 제도’ 등 학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학원 못지않다. 3월에 80개였던 강좌 수는 학생들이 원하는 종합반, 단과반을 추가 개설하면서 116개로 늘었다. 이 학교의 방과후 학교 참여율은 3월 24.6%에서 12월 86.9%로 높아졌다.
시교육청이 23일 공개한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결과에 따르면 모든 시범학교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줄었다. 시교육청은 21개 학교의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이 3월 65만2200원에서 12월 48만9700원으로 줄어 24.9% 경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범학교 중에서 가장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큰 곳은 서울여중이다. 서울여중은 3월 평균 65만 원이던 사교육비 지출액이 12월에는 40만7300원으로 줄어 37.4%의 경감 효과를 나타냈다.
시교육청은 사교육 없는 학교를 통해 3년간 사교육비 50%를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한 뒤 모든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기가 시작하는 3월과 끝나는 12월의 사교육비를 각각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라고 보기 어렵다”며 “더욱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