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사무실, 불편한 만큼 지구가 웃죠”에너지비용 年 70억 절감… CO2 3만7000t 배출 줄여
간이주방서 머그컵 씻기서유리 신세계백화점 인사팀 주임(왼쪽)이 같은 층을 쓰는 다른 팀 동료 사원과 함께 간이주방에서 머그컵을 씻고 있다. 사진 제공 신세계백화점
첫해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친환경 사무실 운동을 더욱 강화했다. 신세계는 올 초부터 △종이컵 사용 금지 △인쇄용지 제한 △개인 쓰레기통 폐기를 본사 사무실에서 의무화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직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유리 신세계백화점 인사팀 주임(27·여)의 눈을 통해 신세계의 ‘지구를 생각하는 사무실’을 들여다봤다.
○ 종이 어디 갔지?…종이 없는 사무실
총무팀에는 복사용지를 지키는 직원까지 등장했다. 비상용으로 비치한 총무팀 A4용지를 슬쩍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단다. 특히 ‘배급 종이’가 떨어지는 월말이면 종이 전쟁이 치열하다. 전에는 마음껏 출력했지만 이젠 종이를 프린터에 들고 가 출력할 때마다 한 장씩 넣는다. 물이나 공기가 갑자기 없어지면 이런 느낌이겠지.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입사 이후 ‘덜렁이’로 찍힌 나지만, 최근에는 보고서의 오타가 많이 줄었다. ‘한번 출력하면 끝이다’라는 각오로 눈에 불을 켜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이제 문서 작업으로 실수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환경도 지키고, 팀장님한테 “이제야 일 좀 한다”는 칭찬도 들으니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일까?
올해 회사에서 지난해 대비 절감한 A4용지는 총 120t. 이 정도 종이를 만들려면 30년생 소나무 2464그루가 필요하다.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어깨가 저절로 으쓱거려진다.
인쇄용지만 줄어든 게 아니다. 올해부터는 일회용 종이컵도 몽땅 없어졌다. 회사에서는 개인별로 머그컵을 하나씩 나눠 줬다. 그나마 인쇄용지는 신청이라도 할 수 있지만, 종이컵은 아예 비품 신청란 자체가 없다. 밖에서 손님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손님용 머그컵이 있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 눈인사만 하던 회사 사람들을 간이주방에서 만나는 것도 의외의 ‘수확’이다. 이웃 부서인 비서팀이나 마케팅팀 사람들을 만나 컵을 씻으며 수다도 떠니 정이 돈독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머그컵은 종이컵에 비해 보온성이 좋아 차를 천천히 마실 수 있다.
고작 종이컵 하나 없애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복사지 줄인 것보다 2배 이상 환경보호 효과가 있단다. 종이컵을 없애 보호한 소나무는 자그마치 4983그루. 그게 도대체 얼마야.
○ 개인 쓰레기통은 이제 노!…쓰레기통 없는 사무실
원래 쓰레기통은 책상마다 하나씩 있었다. 팀장님 몰래 초코바를 먹고 포장지를 버릴 때도, 끄적거리던 메모지를 버릴 때도 유용했다. 하지만 어느 날 출근해 보니 사무실에 있던 쓰레기통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 대신 층별로 아파트 분리수거통처럼 캔이나 병, 종이를 따로 버리는 쓰레기통이 생겼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신세계 “팔당호 깨끗이” 70억 투입 ▼
백화점선 비닐쇼핑백 추방
신세계의 환경경영은 회사 사무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세계는 2007년 6월 민간기업 최초로 경기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경기 광주시 팔당호 수질개선 사업에 나섰다. 2년간 70억 원을 들여 팔당호의 지류인 경안천 생태공원 정비사업과 금학천 수질 정화사업을 이달 초 끝냈다.
민간기업이 국가사업인 하천 수질개선에 나선 이유는 뭘까. 신세계 측은 “구학서 회장의 물에 대한 관심이 환경정책에 참여하는 데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국내 하천 오염에 있어서 기업들의 책임도 큰데, 그 대처를 공공기관에만 떠넘기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에서다. 신세계가 복원한 경안천과 금학천에는 생태공원도 조성해 학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생태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고객들과 함께하는 환경운동으로는 ‘비닐쇼핑백 없애기’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2월부터 ‘비닐백 없는 점포’를 지정하기 시작해 이달 10일까지 45개 점포가 선정됐다. 또 비닐쇼핑백을 완전히 없앤 전국 25개 점포에서는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도 시작했다. 장중호 신세계 이마트 상무는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환경 사랑이 장바구니 이용”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