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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실장과 노조원의 경찰서 출근 경쟁 왜?

입력 | 2009-12-25 03:00:00

시위하려고… 막으려고…
집회장소 관할 경찰서에 새벽부터 신청 앞다퉈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23일 오전 5시. H개발 외식사업본부의 주모 실장(50)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휴, 아직 노조 쪽에서는 안 왔구나.” 경찰서에 들어선 그는 1층을 둘러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 실장은 한 달째 근무가 없는 월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서대문경찰서로 새벽마다 출근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의 집에서 오전 4시에 나오면 5시경 도착한다. 그때부터 집회신청 시간인 오전 8시까지 마냥 기다린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1층을 서성이다 오전 8시 정보과에 집회신청을 하고서야 남대문 근처의 회사로 발길을 돌린다.

그가 이런 ‘새벽출근’을 하는 이유는 바로 회사 노조의 집회를 막기 위해서다. 외식사업본부 매장 중에서도 가장 큰 곳 중 하나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동문회관 앞에서 4월부터 한 달에 8차례 정도 외식사업본부 노조가 권익보호 및 단체교섭권 인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해 왔기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이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줄까 봐 걱정입니다. 우리 매장이 세든 곳인데 어떻게든 집회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민하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하게 됐죠.”

주 실장이 먼저 집회신고를 하면 그날은 회사 측의 ‘좋은 서비스로 고객 모시기 캠페인’ 행사가 열리고 노조에서 먼저 집회신고를 하면 노조원 권익보호 및 단체교섭권 인정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는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이달엔 노조 측 집회가 확 줄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반대로 노조원이 5명뿐인 노조 측은 매일 새벽같이 나와 집회신고를 하는 주 실장 때문에 집회 신청이 어려워졌다며 울상이다. 노조 측은 “주 실장이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누가 자발적으로 새벽에 매일 나오겠느냐”며 “분명 회사가 시킨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원 안모 조리장(45)은 “우리가 목소리를 전할 방법은 집회뿐인데 이렇게 매일 새벽같이 나와서 지키고 있으니 집회신고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