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아래의 한때 정지석, 그림 제공 포털아트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지나간 1년을 돌아보는 일은 착잡하고 안타깝습니다. 성실하게 살며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래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아 마음 한 곳이 허전합니다. 그래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가올 새해를 설계합니다. 지나간 한 해를 다가올 새해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통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것 때문에 활동하고 노력하고 쟁투합니다. 각자의 능력, 각자의 노력, 각자의 목표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통틀어 인간의 생명활동으로 규정한다면 우리가 인생살이를 통해 지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동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좁고 얕고 낮게 보기 때문에 전체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과연 우리는 인생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할까요.
많은 선인이 인생의 본질을 깨치기 위해 고행과 탐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인류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삶의 본질이 찾아진다면 모든 사람은 동일한 인생 목표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사는 길이고, 옳게 사는 길이고, 또한 잘사는 길일 테니까요. 그래서 선각자의 가르침이 종교가 되고 철학이 되고 문학이 되고 교육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고통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삶의 본질은 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찾아야 할까요.
한 해가 저물 무렵, 텐진 팔모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눈으로 보면 가지고 싶고, 가지고 싶으면 욕망의 에너지를 구사해야 하는 우리의 신체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이해한다면 그녀의 말이 독창적인 깨달음이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완전한데 무엇을 위해 남보다 많이 가지려 하고, 앞서 가려고 하고, 높아지려고 아등바등하는 걸까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 해를 보내야겠습니다. 과중한 각오로 다가올 새해를 짓눌러서도 안 되겠습니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명예, 더 많은 권력도 이미 이루어진 우리의 우주적 완전성 앞에서는 가소로운 가변성의 결과일 뿐입니다. 날마다 전전긍긍하고 앙앙불락하며 살지 말고 더 높고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을 살아야겠습니다. 한 해 동안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