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주연상 역시 유력하다. 취임 후 6번이나 프라임타임 스피치를 했으며 주요 언론들과의 ‘단독 인터뷰’도 150차례 이상이나 했다. 물론 출연이 잦다고 주연상을 줄 수는 없지만 그는 아프가니스탄 증파, 경기부양책 시행, 쿠바 관타나모수용소 폐쇄 결정, 보건의료개혁 추진 등 미국의 국내외 정책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예외 없이 무대 한가운데에 섰다.
작품상도 유력해 보인다. 거의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야심에 찬 의제는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통과돼 100년 만의 대업 완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제1과제로 선정한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시나리오를 직접 썼고 114년 만의 크리스마스이브 표결이라는 적절한 흥행 요소도 살렸다.
겉으로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전임 대통령 시절부터 해오던 테러와의 전쟁은 오히려 배가된 노력 속에 계속 진행 중이다. 이란과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관타나모수용소도 아직 운영 중이고 수감자들의 신병에도 변화가 없다.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새 지도국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다.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두 딸을 워싱턴DC 최고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보냈다. 흑인들은 “도대체 뭐가 달라졌느냐”며 볼멘소리다. 흑인 인재의 산실 격으로 1867년 설립된 하워드대에서 만난 흑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겉은 흑인이지만 속은 백인”이라며 “인종적 편견과 백인우월주의는 전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앞으로 최소 200년 안에 또 다른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네오콘 이론가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은 “미국을 변하지 않게 한 것은 보수적 가치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국민의 힘이다. 올해 우리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바로 여러분”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역할을 평가절하했지만, 터프스태 플레처스쿨에서 외교사를 가르치는 앨런 헨릭슨 교수는 “미국 역사에 ‘뉴 챕터(New Chapter·새로운 장)’가 열렸다”며 “진정한 변화가 왔다”고 평가했다.
누가 옳은 것일까. 매일매일 숨 가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 눈으로는 미국이 어디로 가는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큰 변화의 단초가 마련된 것만큼은 사실이다. 다만 그 변화의 완성은 걸출한 지도자가 아닌 국민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인 만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