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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앞좌석과 뒷좌석의 이유있는 ‘온도차’

입력 | 2009-12-29 03:00:00

이승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음악 ★★★★☆ 무대연출 ★★☆



이승환은 데뷔 20년 기념콘서트에서 원숙해진 가창력으로 듣는 이에게 포만감을 안겼다. 하지만 골수팬에게 집중하는 무대연출 서비스는 아쉬웠다. 사진 제공 프라이빗커브


“앞쪽은 오늘도 익숙한 얼굴들이네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가수 이승환은 데뷔 20년 기념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공연을 여러 번 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농담이다. 이승환뿐 아니라 어떤 콘서트건 앞쪽 ‘로열석’은 대부분 일찌감치 표를 구입한 골수팬이 차지한다.

뮤지션과 오랫동안 교감해 온 팬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좋은 자리에 앉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들이 팬클럽 사이트에서 미리 약속해 풍선이나 휴지 같은 소도구를 이용해 펼치는 이벤트도 즐거운 볼거리다. 30대 여성 팬의 손을 잡고 앞자리에 앉은 여섯 살 아이는 ‘천일동안’ 등 10여 년 전 히트곡을 줄줄 따라 불렀다. 이승환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니 목이 부서져라 노래하겠다”는 약속에 부끄럽지 않은 열창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그 열창 서비스의 로열석과 외곽 일반석 ‘품질 차이’가 지나쳤다.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로열석 바깥 관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 대형 프레임이 정면으로 돌출해 옆쪽에서는 무대 안 스크린 영상과 연주자를 반도 볼 수 없었다.

후반에는 객석으로 돌출한 무대 위로 가수와 연주자들이 나와 앉아 관중과 스킨십을 시도했다. 그 모습은 외곽 객석의 소외감을 한층 크게 했다. 댄서와 연주자들이 펼친 퍼포먼스도 앞자리 사람들과의 교감에 그쳤다. 공연이 끝나자 로열석 청중은 당연한 듯 앙코르를 연호했다. 일반석에서는 재빨리 일어나 떠나는 이가 적잖았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의 일렉트로닉 팝 그룹 ‘더블유앤드웨일’ 공연에서도 비슷한 괴리가 느껴졌다. 게스트로 나선 밴드 ‘안녕 바다’는 “다섯 번째 찬조하는데 앞쪽은 다 아는 얼굴”이라고 이승환과 똑같은 농담을 던졌다. 공연 막판 보컬 웨일이 마이크를 객석에 들이댔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무대 뒤 스크린에 자막을 내보냈다면 더 폭넓은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모두 무대 위 가수의 오랜 팬은 아닐 것이다. 관객의 가슴을 두드려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첫 만남의 설렘을 담아 쏟아내는 뜨거운 ‘노래’다. 공연장의 모든 청중이 그 노래를 최대한 즐기도록 돕는 무대연출의 배려가 아쉬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