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숨겨놓은 간부-부유층 옥죄기
방침은 “단호”
‘장롱속 외화’로 경제재건 의도, “외국인도 못써” 화폐 통제의지
현실은 “글쎄”
기관-시장 ‘뿌리깊은 결탁’ 2002년 금지때도 유야무야
○ 北 당국 “내년부터 외화 사용 금지”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이날 중국 단둥(丹東)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업가의 말을 인용해 “1월 1일부터는 북한 내에서 달러 유로 엔 위안 등 외화를 직접 사용할 수 없으며 모두 북한 돈으로 바꿔 사용하라는 방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북한의 외화사용 금지조치는 예고된 것이다. 조선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은 4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상점, 식당들에서 외화를 주고받는 일이 일절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나 해외동포들이 가는 상점, 식당에서도 외화를 화폐교환소에서 조선 돈으로 교환해 쓰게 되어 있다. 인차(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조치는 주민과 기업들이 쥐고 있는 외화를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 경제 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앞두고 부족한 외화 수집에 혈안인 상태로 지난달 방북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도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또 외화에 대한 주민의 선호 경향을 애초에 뿌리 뽑아 신용도가 바닥을 친 북한 화폐의 가치를 강제로라도 보존하겠다는 속셈이다.
○ 당국과 부유층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과 군을 통해 직접 운영하는 ‘수령 경제’ 영역의 기관과 기업소는 물론이고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갱생’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 운영해 온 내각 산하의 기업소 등도 달러 등 외환으로 거래를 했다. 뇌물이 주 수입원인 북한 간부들도 외화로 부정 축재해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당국의 생각대로 집행된다면 북한 핵심계층의 체제 반감이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전문가, “외화 보유 및 사용 금지는 경제 견인차 세우는 꼴”
이런 이유로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 이후에도 달러 사용을 금지했으나 흐지부지됐다.
북한 당국이 외화를 북한 돈과 교환해 주더라도 실제 교환에 응하는 개인과 기관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서 정하는 교환환율이 터무니없을 소지가 많고 외화 축적 과정에 대한 검열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