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달군 새 아파트 분양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9월부터 대출 규제의 풍선 효과로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청약자가 몰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그러나 몇 개월 만에 상황이 돌변해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은 대거 미달사태를 맞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달 경기 수원시 권선동에서 분양한 수원아이파크시티는 111.97m², 134.258m²를 제외한 나머지 전 평형이 미달됐다. 수원아이파크시티는 미니신도시급 대단지로 조성되는 아파트로 올해 9월 1차 분양 때는 모델하우스 개장 당일에만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린 것을 비롯해 청약 결과 평균 2.7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낼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2차 분양 시점에 수원 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건설사들의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풀렸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분양한 삼송아이파크 역시 일부 평형대는 3순위에서도 미달됐다.
또 신규 분양 주택이라도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는 등 투자심리가 주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1번지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양도세 감면 혜택 시한까지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관심은 보이겠지만 건설사들의 공급 예정 물량이 많아 당분간 분양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낮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청약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청약률 제로’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중산동 현대성우오스타 아파트는 124채 모집에 단 1명만 청약했고, 부천시 역곡동 휴캐슬아파트는 40채 모집에 단 1명도 청약하지 않았다. 반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소형 평형대나 입지가 좋은 지역의 분양 물량에서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분양 시장에서도 단기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지역, 같은 지역이라도 입지가 좋거나 분양가가 저렴한 곳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 금융결제원에 게재된 순위내 청약결과 기준. 분양공급세대와 총청약자수를 기준으로 평균경쟁률 산출함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