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설명은 더 단순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기쁨을 보면 즐거워지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면 고통스러워진다. 동정적 행위는 행위자 자신의 효용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뇌 연구 결과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부나 선행을 많이 하면 뇌 속에 보상작용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돼 우리 몸을 기분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타적 행동은 고도의 도덕적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본능과도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10년째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전주 완산구 노송동 주변에 돈을 놓고 가는 익명의 기부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올해 그가 기부한 액수는 지난 9년간 남긴 돈(8100만 원)과 맞먹는 8026만여 원의 거액이었다. 종이상자 안에 동전이 꽉 찬 돼지저금통이 함께 들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기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도 굳이 신분을 감추려는 연유를 알 수는 없으나 이 기부자는 뇌 속에서 기쁨의 엔도르핀이 솟고 있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