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모멘텀 확실한 회복의 기로
물론 2010년도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다사다난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수(數)의 정치를 첫째 잣대로 놓고 주요정책들을 정무적 정략적 정치공학적으로 결정한다면 국가백년대계도, 선진일류국가의 토대도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부를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특정 수혜집단의 환심을 사지만 반드시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그 비용부담을 떠넘기고 만다. 여야 정치권이 달콤한 선거공약으로 재정 악화와 국민부담 증가를 부채질할 때 정부는 국민이 속지 않도록 환상을 깨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을 보일 때 국민의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신년화두로 정했다.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국격 향상의 전환점을 맞아 일시적 편안함보다 지금까지 누적된 고질적인 잘못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잡아 백년대계를 도모하고 선진국 진입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경제 사회의 고질적 구조적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 곧 개혁이다. 하지만 개혁은 지극히 어렵다. 모든 개혁에는 이해집단이 존재하고, 개혁이 총체적 국익에 부합하더라도 당장 손해를 보는 집단은 한사코 저항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타협만 한다면 ‘일로영일’은 그저 해보는 소리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 대통령 임기 3년차를 앞두고 전문가와 지인 20여 명에게 지난 2년간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해 제로성장과 일자리 창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경제운용에서 선방(善防)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내년에 5% 성장을 하더라도 3년간 평균으로는 연 2%대의 저성장이지만 글로벌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는 안도감이 컸다. 녹색성장 비전을 평가하면서 이를 현장화하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라는 주문도 나왔다.
성장모멘텀을 확실하게 회복하기에는 공공개혁, 규제완화, 노동개혁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다른 나라들도 공공부문이 더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히 우리는 ‘공공부문 선진화’가 구호로만 느껴질 정도로 공공노조의 철밥통이 여전하고 효율화 슬림화는 더디다는 불만이다. 글로벌위기 대응에서 재정집행의 스피드는 좋았지만 ‘고용 없는 성장’ 구조를 깰 수 있는 서비스분야의 ‘통 큰’ 규제개혁에서는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철도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대처한 것은 ‘잘했다’면서도 비정규직법과 노조관계법 처리에 대해서는 점수가 낮았다.
2년 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때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그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다양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에 이견이 별로 없었다. 국내 정치는 그야말로 3류도 못되지만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라는 얘기도 나왔다. 주요 20개국(G20)의 한복판에서 역할공간을 마련한 점, 세계 각 지역 각국과 맞춤형 실용외교로 윈윈 관계의 상대를 많이 만든 점 등이 꼽혔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는 MB표 세일즈 외교의 결정판으로 각인돼 내년 이후의 활동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한미 협력관계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실리(實利)도 확보한 것이 높이 평가됐다. 부시 대통령과도, 오바마 대통령과도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실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시각이다. 이런 실용외교가 궁극적으로 경제발전과 민생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해달라는 요망들이었다.
교육에 대해서는 자율화가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후퇴했다, 수월성 교육이 퇴화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못 낼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비전이 안 보인다는 등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으로 응답하고 교육개혁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배인준 논설주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