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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無爲而治者는 其舜也與신저…

입력 | 2009-12-31 03:00:00

無爲로 다스린 분은 아마 순임금이실 것이다. 무엇을 하셨겠는가? 몸을 공손히 하시고 바르게 남면하셨을 뿐이다.




성스러운 천자인 순임금은 無爲而治를 했다고 한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공자가 밝힌 말이다. 無爲의 다스림은 정치적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만 무리 없이 실행하고 작은 계교를 일절 부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혹은 聖人의 성대한 德에 백성이 저절로 교화되기에 作爲(작위)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풀이한다. 이렇게 풀이하면 老子의 無爲而化(무이이화)와 유사하게 되므로, 유학자들은 그 둘의 차이를 분명히 하려고 애썼다.

주자는 無爲의 다스림은 천자가 인재를 얻어 각자에게 적절한 직책을 맡겼으므로 有爲(유위)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순임금 때 禹(우)는 홍수를 다스리고 棄(기)는 농업을 가르치며 契(설)은 교육을 담당하고 皐陶(고요)는 법을 관장했다. 대개 유학에서 말하는 無爲의 다스림은 適材(적재)를 適所(적소)에 배치하여 각각 자기 職責(직책)을 다하도록 하는 정치를 뜻한다.

其∼與는 ‘아마 ∼이리라’의 뜻을 나타낸다. 夫는 발어사다. 何爲는 ‘무엇을 하랴’, 哉는 의문종결사다. 恭己는 敬身(경신)과 같다. 천자로서 자신의 몸을 닦아 늘 공경의 자세를 지님을 말한다. 正은 ‘똑바로’란 뜻의 부사다. 南面은 천자가 옥좌에 앉아 있음이니, 천자는 밝음을 향해 남쪽으로 면해 앉았다.

공자가 말한 無爲의 다스림은 無爲無策(무위무책)의 無爲와 다르다. 많은 인재를 適所에 등용하여 재야에 버려진 인재가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정약용은 종래의 군주들이 無爲無策의 無爲로 나아감으로써 법도가 퇴락하고 천하가 부패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이 진단은 오늘날의 지도층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