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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KOREA 신새벽 연다] 동네 골목까지 샅샅이… “IT대동여지도 만들어요”

입력 | 2010-01-01 03:00:00

■ ‘다음’ 인터넷지도 제작팀 항공촬영 동승취재
경비행기타고 특수 촬영… 3시간만에 435장 찰칵
퍼즐 맞추듯 사진 조합… 각종 정보 얹어 지도 완성




지난해 12월 17일 항공사진 촬영을 위해 경북 예천군으로 향하는 경비행기 안에서 백병기 기장(왼쪽)이 항법장치를 보며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비행기 바닥에 설치한 항공사진용 디지털카메라는 사용자가 입력한 좌표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정해진 구역 전체를 빠짐없이 사진에 담기 위해 촬영지역 상공을 수차례 지그재그로 운항한다. 사진 제공 다음

《전국이 내 손 안에 들어오는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 지도를 통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전국 각지의 골목까지 샅샅이 훑어볼 수 있게 됐다. 새 집을 마련할 계획이 있으면 매물로 나온 집 앞 골목을 둘러보거나 동네 상권과 교통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골프 경기를 앞두고 있다면 골프장의 코스를 미리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무선랜(WiFi)과 인터넷TV(IPTV)가 보급되면서 PC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TV로도 ‘똑똑한 지도’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업체들은 저마다 지도와 위치정보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인터넷포털 ‘다음’의 스카이뷰는 위성이 아니라 항공사진을 이용해 훨씬 정밀한 지도를 자랑한다. 구글의 인터넷 지도 서비스인 ‘구글어스’가 4m까지 식별할 수 있는 데 비해 스카이뷰는 50cm까지 볼 수 있다. ‘스카이뷰’용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삼아항업의 경비행기를 직접 타고 지도 제작 과정을 둘러봤다.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10시 40분.

비행기가 김포공항의 활주로를 내달리다가 하늘로 솟구쳤다. 기체(機體)가 심하게 흔들렸다. 비행기 내부는 일반 승용차만큼 작았다. 비행기가 아니라 헬리콥터를 탄 느낌이었다.

함께 탄 백기철 삼아항업 과장은 2008년부터 다음 스카이뷰에 나오는 항공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비행기가 약간의 바람에도 흔들려 무서울 때도 있지만 가로수나 자동차까지 알아볼 수 있는 지도를 국내 최초로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인터넷이 급성장하면서 포털 지도 서비스의 발전 가능성도 커졌다. 아이폰으로 다음 ‘스카이뷰’를 이용하는 모습.

○ 전국을 250개 구역으로 나눠 찍어

오전 11시 40분. 비행기가 2km 높이의 상공에서 고도를 유지했다.

“예천군에 도착했습니다.”(백병기 기장)

비행기가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비행기 바닥의 한가운데에 설치된 카메라 렌즈도 덩달아 ‘찰칵찰칵’ 소리를 냈다. 카메라는 서울 여의도 광장의 50배에 이르는 면적(약 411km²)을 동서로 17개 줄로 나눠서 지그재그로 찍어나갔다. 첫 번째 줄을 동에서 서로 움직이면, 두 번째 줄은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카메라엔 렌즈가 8개나 달려 있어서 한 번에 8장씩 찍는다.

“이렇게 해서 찍은 사진들이 모여 예천 지도가 완성됩니다. 전체 지도는 전국을 250개 구역으로 나눠 일일이 촬영합니다. 예천은 250개 구역 중 1개 구역에 불과한 셈이지요.”(백 과장)

2008년부터 찍기 시작해 산간벽촌을 비롯한 전국의 지도가 완성됐다. 이날 찍은 사진들은 이미 제작한 지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다.

○ “꽃봉오리는 절로 피지 않는다”

오후 1시. 백 기장은 조종석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공군통제본부에 교신을 보냈다.

“HL5106, 충주 촬영 가능한가?”(백 기장)

“HL5106, 전투기 훈련 때문에 촬영이 안 될 것 같다.”(공군 측)

백 기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평일에는 군사훈련이 많아 이런 일이 잦아요. 평일에 못하면 주말에 해야 하기 때문에 휴일이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또 정작 촬영 허가를 받아도 기상 상황이 나빠서 촬영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백 기장)

오후 4시. 예산 상공의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서 접어야 했다. 비행기가 받는 저항이 커진 데다 해마저 빨리 저물 기미를 보였다. 지평선과 각도가 20도 이하가 되는 겨울이면 이른 저녁만 돼도 산자락 같은 곳에 그늘이 져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이날 3시간의 비행에서 거둔 수확은 120여 km²를 찍은 사진 435장.

백 과장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600km², 2000여 장까지 찍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항공사진으로 만든 지도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며 “하나의 꽃봉오리가 절로 얻어질 리는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 누리꾼 리뷰 - 교통상황까지 결합

항공사진 촬영용 경비행기에 탑승한 동아일보 이미지 기자.

오후 5시. 이날 찍은 사진들은 경기 고양시 일산의 삼아항업 기술연구소로 보내졌다. 직원들은 비행기에 있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연구소 서버로 옮겼다. 카메라가 항공 촬영을 하면서 저장한 좌표와 당시 비행기의 흔들림을 감안해 사진의 정확한 위치를 판별한 뒤 퍼즐을 맞추듯 이어 붙인다. 이렇게 해서 ‘지도의 재료’ 격인 원도(原圖)가 만들어진다.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 본사 내 지도서비스 담당 부서인 로컬센터. 사진에 불과했던 원도는 이곳에서 지도로 ‘변신’했다. 로컬센터 직원들은 JPEG파일 수억 개로 나뉜 원도와 씨름한다. 항공사진에 도로, 지하철, 빌딩, 공공기관, 식당 등 각종 정보를 얹는다. 여기에 인터넷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리뷰와 실시간 유가(油價) 정보, 교통상황 등까지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서태섭 다음 로컬센터 본부장은 “지도 서비스는 새로운 플랫폼”이라며 “2010년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 검색 기능을 특화한 지도 서비스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