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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수첩] 와! 펄펄난 지성…아! 무뎌진 원희

입력 | 2010-01-01 07:00:00

희비 엇갈린 ‘코리안 더비’




31일 오전(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위건 애슬레틱의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가 열린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모처럼 국내팬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박지성, 조원희가 나란히 출격하며 ‘코리언 더비’를 이룬 것. 결과는 5-0 맨유의 대승이었지만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조원희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필드 입장 때부터 조원희는 밝게 웃으며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과 상대 팀을 돌며 악수를 나눌 때는 박지성의 절친 에브라와 서로 장난스럽게 어깨를 두드렸고, 선배 박지성과는 힘껏 악수를 하며 눈을 맞추고 서로 고개를 끄떡여 무언의 격려를 주고받았다.

킥오프 직전, 중앙 미드필드에 자리를 잡은 조원희는 하늘을 보며 손을 모아 기도하기도 하고 홀로 박수를 치며 자기 자신을 격려하는 등 마음을 다잡았다.

소중한 기회를 잡은 조원희의 의욕과는 달리, 위건팬들의 원정 응원석은 반 밖에 차지 않아 다소 휑했고, 결과도 매우 실망스러웠다.

조원희의 플레이도 밖에서 겉돌기만 했고, 패스 실수도 많았다. 전반 막판에 시도한 중거리 슛은 어이없이 허공으로 떠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후반에 한 번 더 맞은 슛 찬스는 수비를 맞고 나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반면 왼쪽 날개로 출전해 역시 풀타임 출전한 박지성의 활약은 괜찮았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루니와 호흡이 잘 맞아가는 모습이었고, 골문 앞에서 몇 번의 날카로운 패스도 연결했다. 경기 후에도 맨유TV와 인터뷰를 갖는 등 활약을 인정받았다.

조원희의 선발 출전이 너무 오랜만이라 의아하기까지 했던 취재진들은 마르티네스 감독에게 “조원희 출전에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조원희가 그동안 훈련을 정말 잘 받아왔다. 디아메가 상태가 안 좋아 조원희를 투입하기 딱 알맞은 시점이었다. 오늘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팀 전체가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항간에서는 위건에서 방출되기 전에 고별전을 치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쏟아져 나왔지만 마르티네스 감독은 여전히 “우린 조원희와 함께 할 것이고, 그를 다른 팀으로 보낼 계획은 현재까지는 전혀 없다”고 밝혀 취재진들을 당혹케 했다.

‘꿈의 무대’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의 조원희가 유독 안타까워 보인 하루였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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