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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대한민국이 뛴다]탄자니아 식수개발사업

입력 | 2010-01-01 03:00:00

“흙탕물 웅덩이 찾아헤매기 끝… 이젠 학교에 다녀 신나요”




목마른 땅에 생명을
물 한번 길어오는데 4시간… 두번만 다녀오면 해 저물어
관정뚫고 빗물집수기 설치

빈곤의 땅에 희망을
식수 개발사업 마무리로 자녀들 돌볼 여유 생겨
이웃지역 “우리도 지원을”


“하쿠나 마지, 하쿠나 우하이(스와힐리어로 ‘물이 없으면 삶도 없다’는 뜻).”

탄자니아 시니앙가 주의 바리아디 지역.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식수개발사업 지역을 담당하는 잭슨 시마 구청장은 물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는 탄자니아의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 주민들도 KOICA의 식수개발사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인근 댐에서 끌어온 물과 우물에 의지해 살았다. 하지만 강우량이 점점 줄면서 물 부족이 심각해졌고 수질도 점점 악화됐다.

이는 하루 소득이 1달러 이하인 사람이 전체 인구의 57.8%를 차지하는 최빈국 탄자니아 시골 마을의 보편적인 풍경이었다. 집이라고 해야 가구라곤 하나도 없고 흙바닥에서 생활한다. 양, 염소 등 가축들도 집안에서 같이 잠을 잔다. 하이에나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탄자니아 시니앙가 주 바리아디 구청에서 아이들이 빗물을 받기 위해 물통을 대고 기다리고 있다. 시니앙가=김영식 기자

이런 악조건은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깨끗한 물, 즉 삶을 찾아 떠돌게 만들었다.

바리아디 지역 시마 마을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생 모하메드 카심(13)도 마찬가지였다. 모하메드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빗물이 고인 웅덩이나 물이 남아 있는 우물을 찾아 물을 떠오는 것이었다. 서너 시간 걸리는 웅덩이까지 두어 차례 다녀오면 하루해가 저물곤 했다. 두 동생 움추미, 주마네와 함께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카심에겐 학교 가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 카심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KOICA의 식수개발사업이 시마 마을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KOICA는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도도마 주와 시니앙가 주에 각각 4개의 관정을 뚫고 이용시설을 설치했다. 빗물을 효과적으로 모으기 위한 집수장치도 12개씩 설치했다.

“이젠 물을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돼요. 그래서 이젠 학교에도 갈 수 있어요.”

물 긷는 일에서 해방된 카심에게 학교는 이제 가장 신나는 곳이 됐다.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선생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래 희망인 영어선생님이 되는 길도 한발 더 가까워진 듯하다. 카심은 “이젠 오전에 한 번,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에도 다시 한 번 학교로 간다”며 활짝 웃었다.

지나 베루시오 요하나 씨(35·여)의 삶도 변했다. 요하나 씨는 “예전엔 두세 시간을 다녀도 어디로 가야 물을 길어 올 수 있을지 몰랐다”며 “그러나 이젠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요하나 씨는 자녀 6명을 의사, 교사, 목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식수개발사업은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할 일은 남아 있다. 주민들에게 장비 관리와 운영을 맡기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계속되는 정전이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방해한다. KOICA 식수개발사업을 평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재곤 박사는 “퓨즈 하나만 갈아도 되는 간단한 작업인데도 주민들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디젤 발전기 설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성수 탄자니아 KOICA사무소 소장은 “현장에서의 사후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KOICA가 고장수리팀을 구성해 시니앙가와 도도마 지역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제외한 탄자니아 전역의 물 사정은 여전히 열악하다. KOICA엔 같은 시설을 지어달라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바리아디 지역의 수자원 엔지니어인 리처드 마르기스 씨는 “아직 안전한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국 정부가 탄자니아 수자원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탄자니아의 식수개발사업을 지원하면서 바리아디 지역에 세운 대형 물탱크. 물탱크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김재곤 박사는 “한국은 식수를 포함해 1일 생활용수를 1인당 180L로 맞춰 상수도 설계를 하지만 탄자니아 정부는 1인당 28L로 설계한다”며 “실제 공급량도 이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먹는 물도 여전히 부족하고 갓 출산한 여성이 몸도 씻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KOICA의 탄자니아 지원사업은 아직 작은 규모다. 일본의 경우 2007년 탄자니아 원조액이 9800만 달러로 이 중 무상원조만 5700만 달러나 됐다. 이는 같은 해 한국의 탄자니아 무상지원액 468만 달러의 10배가 넘는 액수다. 그럼에도 탄자니아 정부에 원조금을 기부하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원조가 필요한 현장을 찾아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KOICA 사업은 ‘생명의 물’을 선사한 한국의 이미지를 주민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심어줬다.

시니앙가州바리아디·잔지바르=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수자원부 다마스 국장

“온난화로 우기 7개월 → 4개월로 줄어
‘물 확보전쟁’ 한국 등 국제지원 절실”


“물과의 전쟁은 우리에게 닥친 매우 힘든 도전입니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다르에스살람 수자원부 청사에서 만난 다마스 시리마 정책계획국장(사진)은 탄자니아의 수자원 정책 실무사령탑이다. 그는 물 부족 해결과 안전한 식수 공급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물 부족 현상이 점점 심해지지 않나.


“예전에는 10월에서 다음 해 4월까지 우기가 이어졌지만 이제는 11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 4개월로 줄었다. 강우량도 800mm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 수질도 중요하지만 수량 확보가 더 시급하다.”

―가장 어려운 일은 어떤 것인가.

“재원 확보가 어렵고 한정된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많을 텐데….

“2006년 9억5100만 달러의 재원을 확보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이를 활용해 거대한 규모의 댐을 건설하고 상수도 공급을 확대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수자원부의 실질적인 목표나 구상은 어떤 것인가.

“일단 2010년까지 도시의 수도 공급률을 73%에서 90%로 끌어올릴 것이다. 농촌 지역은 53%에서 65%로 만들 계획이다. 수자원을 국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하고 위생 서비스를 향상시킬 것이다. 이런 일은 모두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마스 국장을 비롯한 탄자니아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을 기대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부패와 불투명한 행정을 피하기 위해선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하기보다는 주민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소규모 지원사업이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KOICA의 식수개발사업은 어떤 의미를 갖나.


“한국의 자금과 시설로 탄자니아의 물 부족 해결에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 도도마와 시니앙가는 탄자니아 전체로 보면 아주 한정된 지역이다.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

탄자니아 최대의 항구 도시 다르에스살람에서 만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과 현지 사무소 직원들. 지난해 12월 18일 이곳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은 잔지바르 섬 등 지방에 배치돼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르에스살람=김영식 기자

■ 잔지바르섬 봉사단원들

“페트병 물 한병으로 샤워하고 화장실 물로도 써요”


다르에스살람 해안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옛 노예무역의 중심지 잔지바르 섬.

탄자니아와 연방을 이룬 잔지바르에서 만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들은 현지인들과 어울려 봉사의 참뜻을 새기고 있다.

“페트병 하나의 물로 샤워를 끝내요. 그 물도 아까워 고무대야에 받아서 화장실 물로 써요”

파견 3개월이 된 윤미영 씨(25·여)는 이제 물이 부족한 현지에 완전히 적응했다. 근무 시간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간절하단다.

지난해 12월 초 탄자니아 본토와 연결된 낡은 송전선이 끊어진 뒤부터 잔지바르의 물 부족은 더욱 심해졌다. 전기가 끊기면 지하수를 끌어올리지 못하니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 곳에서 물을 길어야 한다.

전북 고창군 농업센터 소장을 지내고 은퇴한 뒤 시니어 봉사단에 합류한 이봉로 씨(67)는 “잔지바르의 농사 환경은 6·25전쟁 이후 1950년대 한국보다는 훨씬 낫다”며 “온도가 연중 30도가 넘어 관개시설만 제대로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잔지바르 주립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박예진 씨(25·여)는 파견 1년 2개월째다. 그는 “눈 밟을 때의 뽀드득 소리가 너무도 그립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잔지바르 도서관에 한국관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봉사단원들은 2개월간의 현지 적응을 거쳐 2년간 봉사활동에 들어간다. 한 달 생활주거비로 350달러를, 월급으로 570달러를 지원받는 힘겨운 생활이지만 2년간의 해외봉사활동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꿀 귀중한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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