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2010년 떠오르는 첫 해를 바라보는 등산객들. 동아일보
경인년 새해 첫 해맞이를 위해 한라산국립공원이 1일 새벽 0시부터 야간 등산을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눈보라가 몰아쳐 야간 등산이 도중에 금지됐다. 한라산 등반은 기상조건이 최고 관건이다. 머리에 두르는 전등, 아이젠, 장갑 등 장비를 단단히 갖추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야간 등산
굴거리나무는 밤새 강추위에 잎이 굳었고 겨울철에도 푸른 잎을 지닌 주목과 꽝꽝나무에도 눈꽃이 피었다. 다행히 바람이 잠잠했다. 2시간 만에 해발 1500m의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30~40분을 줄였다. 33㎡(약 10평) 남짓한 대피소에는 이미 30여명의 등산객이 진을 쳤다. 정상에 가기위한 출발시간까지는 2시간 40분가량 여유가 있었다. 대피소에 들어선지 1시간가량 지나자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볐다.
오전 6시10분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구상나무 숲은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포근한 느낌은 잠시. 해발 1800m를 지나면서 바람이 거셌다. 냉기를 뿜어내는 칼바람이 뺨을 스쳤다. 장갑이 굳기 시작하고 식수통에 살얼음이 끼었다. 백록담 동능 능선에 오르면서 여명(黎明)이 어둠을 조금씩 걷어냈다. 전등을 끄고 동능 정상으로 다가갔다.
●장엄한 한라산 일출
오전 7시20분 백록담 동능 정상 도착. 200여명에 불과했던 정상 등산객이 순식간에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거대한 운해(雲海)사이로 2010년 첫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구름에 숨었다가 살짝 비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오전 7시40분경 드디어 새해 첫 해가 떠올랐다. 만세를 외치는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날 해맞이 등산객은 부부, 연인, 산악회원, 친구 등으로 다양했다. 20~4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부모와 함께 해맞이에 나선 초등생도 간간이 보였다.
운무에 싸여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던 백록담 분화구는 해가 솟으면서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라산 정상 해맞이가 이번처럼 완벽한 것은 2000년 이후 10년만이다. 현정필 제주산악안전대 부대장(47)은 "한라산 정상은 그동안 눈보라 등 기후변화가 심해 새해 첫 해맞이가 쉽지 않았다"라며 "성공적인 해맞이가 나라와 가정, 산악인들에게 좋은 기운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