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서는 기업가정신 의무교육, ‘제2 빌게이츠’ 학교가 키운다
리 씨는 “처음 창업할 때도 정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시에서 벤처 인큐베이팅을 운영하고 있어 이곳을 통하면 서류 작성에서 사무실 임차까지 두 달 안에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2008년 말부터 국가 차원에서 청년들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북돋으며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도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답(未踏)의 영역을 개척하려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 영국 중학생들의 ‘1일 창업 실험’
지난해 12월 6일 영국 런던 서북쪽 해로 지역의 할인점 테스코 매장. 인근 스와미나리언 중학교 학생 9명이 판매대에서 목청을 높이면서 T셔츠와 양초를 팔고 있었다. 오후 6시경 학생들은 3개월간 준비해 온 ‘1일 사업’을 끝냈다. 판매액은 180파운드(약 34만 원). 원가를 빼고 약 80파운드를 벌었다.
이들은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영국의 비영리재단 ‘영 엔터프라이즈(YE)’의 기업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들이다. YE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기업인 자원봉사자를 학교로 보내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중앙 하단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만져보고 있다. 이 시스템은 손을 대면 관련 상세 정보가 독특한 형태로 소개되는 것으로 미국의 디자인 벤처기업인 포션이 제작했다. 필립 티옹손 대표는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모두 뿌리치고 이 회사를 창업했다. 사진 제공 포션
中 성공 벤처인, 주말 황금시간대 TV서 창업 독려
자원봉사자 제임스 프룸버그 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판매 물품 선정부터 제작, 마케팅 등을 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가정신을 익혔다”며 “코치로서 내가 도와준 것은 테스코와 협의해 장소를 제공한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가정신 고취에 미흡했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학생 대상의 창업 교육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2005년까지 권장 수준에 그쳤던 기업가정신 함양 교육을 지난해부터는 초등학교부터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영국은 ‘기업가정신에 대한 교육이 일찍 실시될수록 기업가정신에 대한 수용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모토 아래 조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토지, 자본, 노동에 이어 제4의 생산요소로 부를 정도다.
런던에서 YE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2000년 6000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90%가 넘는 중학교가 기업가정신 교과과정을 개설했다.
지난해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중고교생 기업가 경진대회’.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광고, 판매 등도 모두 책임진다. 경진대회 심사관(왼쪽)이 학생들이 만든 제품의 질, 소비자의 반응, 팀워크 등을 종합해 평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영 엔터프라이즈 런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커낼 거리. 차이나타운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으로 유명한 회사인 포션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티옹손 씨는 ‘2009 전미 디자인대회’에서 최고 단계까지 올라 지난해 7월 백악관 오찬에 초대받은 유망 기업인이다.
티옹손 씨는 ‘상상력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렙을 졸업한 뒤 준비과정을 거쳐 친구 한 명과 같이 2005년 포션을 설립했다. 회사 형편이 좋지 않았을 때는 IBM 등 대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창업의 꿈을 고집스럽게 이어갔다.
그는 “미국 사회는 창업 후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좋은 경험으로 인정해 준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가 창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안전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에 창업한 미국인의 87%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독립을 결심했다고 밝혔고, 직장에서 해고돼 창업한 ‘생계형’은 13%에 불과했다.
기업가정신은 시장에서 한창 활동 중인 기존 기업들의 성패도 좌우한다.
미국의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은 최근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6억 달러(약 7000억 원)를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전 세계 재생연료 부문에서 가장 큰 투자 규모다. 이 계획이 발표된 지난해 7월은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로 관련 업계가 깜짝 놀랄 만한 ‘베팅’이었다. 홍순용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시장의 새판이 짜여지는 지금 새로운 수익원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팀장=박현진 경제부 차장
▽미국 영국=박형준 기자
▽핀란드 프랑스 스위스=정재윤 기자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이세형 기자 (이상 경제부)
▽독일 오스트리아=강혜승 기자
▽스페인 중국=한상준 기자 (이상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