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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빙하기’ 1, 2월이 최대 고비

입력 | 2010-01-04 03:00:00

국회 예산안 처리 늦어 공공부문 30만~40만개 사라져… 기업 채용도 줄어




“어제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은 뻥 뚫린 느낌이에요. 31일까지 출근. 나 이제 진짜 실직자 되는구나….” (한 행정인턴이 지난해 12월 29일 행정인턴 인터넷 카페에 남긴 글)

민간 기업의 신규채용이 부진한 가운데 희망근로, 행정인턴 등 정부가 만든 일자리마저 중단되면서 1, 2월이 고용 빙하기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명예퇴직을 통해 인력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다 2월엔 50만∼60만 명의 고교 및 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와 이들이 체감하는 취업 한파는 더욱 매서울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 2월에 일자리 정책의 공백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예산안이 지난해 12월 31일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는 바람에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일자리 사업의 시행 시기가 모두 늦춰졌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3월이나 돼야 저소득층 대상의 희망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인턴, 인턴교사 채용 등 다른 일자리 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체 취업자 중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만드는 일자리는 30만∼40만 개로 정부 지원이 끊기면 그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실제 희망근로, 행정인턴이 일부 종료된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3일까지 7만1885명으로 한 달 전 같은 기간(5만2348명)보다 37.3% 급증했다.

민간 부문의 일자리 사정도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1%, 광공업 생산은 17.8%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는 오히려 1만 명 줄었다.

KT가 사상 최대 규모인 6000여 명의 명예퇴직을 확정하는 등 일부 기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고용시장의 수은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농업, 건설업 일용직 근로자가 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이렇듯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는데 2월에는 고교와 대학 졸업생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매년 2, 3월에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11월 7.4%였던 20대 실업률은 취업 재수생까지 합쳐 올해 초 8%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제조업, 수출기업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 업종은 고용창출 능력이 적어 상반기까지는 일자리 사정이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