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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세계 최고 빌딩 한국이 세웠다

입력 | 2010-01-04 17:00:00




인간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을 동경합니다. 산악인들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올라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세계 각국은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세우겠다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110층이나 되는 키다리 건물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충격이 크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이 이렇게 뿌리가 깊은 높이 경쟁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섰습니다. 삼성물산이 지은 세계 최고 빌딩 부르즈 두바이가 오늘 문을 열었습니다. 800m가 넘는 높이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빌딩입니다. 한국기업의 기술과 한국의 발전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고층 빌딩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건물을 한 층 한 층 그저 쌓아올리는 단순한 건축기술로는 부르즈 두바이 같은 초고층 빌딩을 세울 수 없습니다.
어제까지는 대만 타이베이의 101층짜리 빌딩 '타이베이 101'이 챔피언이었습니다. 그 빌딩도 높이가 508m나 됩니다. 역시 각종 첨단기술이 동원됐습니다. 5층 매표소에서 89층 전망대까지 불과 37초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기네스북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공인을 받았습니다.
지진과 강풍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지름 5.5m, 무게 680t의 쇠구슬도 첨단기술의 산물입니다. 댐퍼(damper)로 불리는 이 진동완충장치는 건물이 흔들리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최대 진동치를 3분의 1 이상 줄여줍니다. 타이베이 101은 건축사의 개가이면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관광자산이기도 합니다.
부르즈 두바이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역할을 기대합니다. 삼성은 불규칙한 나선형 구조로 바람을 피하는 외형, 1㎠당 800kg의 하중을 견디는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세계 최고의 빌딩을 완성했습니다.
게다가 부르즈 두바이는 장수 챔피언의 영예를 누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경쟁자들이 초고층 빌딩을 짓고 있지만 10년 내에는 부르즈 두바이를 넘어서는 키다리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2010년 대한민국의 출발이 좋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