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과 내가 2009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낼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나폴리타노 장관이 애리조나 주지사 시절 선물로 받은 커다랗고 검은 가죽 안장이 놓여 있는 그의 집무실 안에서 나는 그와 만났다.
나는 이날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누가 또 이 시간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답은 분명했다. 성탄절에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나폴리타노 장관의 악몽이 시작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27일 그가 “(안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CNN에 말한 것에 대해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새로운 정부 기관을 만들었지만 안보 시스템은 9·11테러 이전처럼 여전히 취약해 보인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테러 관련 정보는 제대로 취합되지 않았다.
애리조나 주 출신의 존 매케인, 존 카일 상원의원은 나폴리타노 장관을 지지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카일 의원은 “나폴리타노 장관이 국토안보부를 이끌고 있는 한 미국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폴리타노 장관은 “카일 의원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내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나폴리타노 장관은 “내가 한 말도 오해를 받고 있다”며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뜻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나는 안보 책임자들이 제임스 캐머런 감독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지 못한 이유가 뭔지 물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통해 안보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라며 “엄청난 연구예산과 능력을 갖고 있는 에너지부와 앞으로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관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뛸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다면 늦은 밤까지 깨어 있는 이유는 뭐냐’고 질문하자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테러 미수범이 어떻게 폭탄을 갖고 항공기에 탑승했는지, 또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집무실을 나가면서 나는 나폴리타노 장관의 비서에게 ‘그가 오늘 밤 원래 예정돼 있던 일정을 취소했느냐’고 물었다. 비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어떤 일정이 있었느냐’고 묻자 비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