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큰 수술에도 포기한 적 없어코트 밖에 있을때 농구사랑 알았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했죠. 계속 앞으로 나가면 빛이 보일 거라고….”
‘코트의 신사’로 불리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춘 남자가 있었다. 팬들은 그의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매너, 훌륭한 성품에 열광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조든의 후계자가 그의 몫이란 걸. 그랜트 힐(38·피닉스 선스) 얘기다. 동아일보는 e메일로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 가운데 하나인 힐을 만났다.
○신이 질투한 사나이
미국프로농구 피닉스 선스의 그랜트 힐(38). 그는 1994∼95시즌 신인왕에 등극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 전성기를 보내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그는 “농구화를 신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러나 올랜도 매직으로 이적한 2000년 비극이 시작됐다. 발목, 무릎, 정강이,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매직에서 보낸 6시즌 동안 그가 코트에 나선 건 200경기. “몸이 아픈 것보다 농구화를 신을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죠. 하지만 한 번도 농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힐은 이후 네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언론에선 ‘힐이 은퇴할 것’이란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묵묵히 재활에 전념했다.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자선활동은 이전보다 더 많이 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서 봉사의 소중함을 배웠어요. 저도 아팠지만 더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에 그 끈을 놓지 않았고, 놓을 생각도 없습니다.”
○농구화 신을 수 있어 행복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와 크고 작은 수술의 흔적은 그에게서 예전 같은 폭발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역시 “복귀 후 한동안은 ‘이제 코트를 지배하는 선수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코트 밖에 있으면서 농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어요. 경험과 승리에 대한 배고픔은 젊은 선수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돌아온 귀공자’를 언제까지 코트에서 볼 수 있을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신인 시절 당시 34세의 조 듀마스(46·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피스턴스 출신 선수)에게 물었어요, ‘왜 지금까지 농구를 하느냐’고. ‘난 그 나이까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죠. 농구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삶을 포기할 자신도 있어요. 전 여전히 농구화 끈을 묶는 게 행복하고 싸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랜트 힐은?:
△팀=피닉스 선스 △생년월일=1972년 10월 5일 △체격=203cm, 102kg △포지션=스몰포워드 △별명=코트의 신사, 귀공자, 유리발목 △올 시즌 연봉=300만 달러(약 35억 원) △NBA 데뷔=199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 디트로이트 피스턴스 지명 △올 시즌 성적=평균 11.3득점 5.5리바운드 2.2어시스트 △통산 성적=평균 18.2득점 6.5리바운드 4.6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