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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영화는 이런 것”… 영화사 한 획 긋다

입력 | 2010-01-05 03:00:00

■ 영화사상 최고 흥행속도 아바타의 3가지 파격




영화 ‘아바타’의 촬영 현장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인공 제이크 설리 역의 샘 워딩턴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영화는 수익 1조 원을 넘기며 세계 영화사상 흥행 4위에 올랐다.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차원(3D) SF블록버스터 ‘아바타’가 사상 최고 속도로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미국 영화의 세계 흥행 기록을 집계하는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아바타’는 4일까지 10억2000만 달러(1조1830억 원)를 벌어 개봉 17일 만에 1조 원의 매출을 넘어섰다. 현재 역대 4위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흥행 속도로 본다면 역대 1위가 점쳐지고 있다. 국내 관객 수는 4일까지 638만 명으로 역대 외화 3위. 관객을 모으는 속도는 1, 2위인 ‘트랜스포머’와 ‘트랜스포머2’를 뛰어넘었다. 직배사인 20세기폭스코리아는 1월 안으로 외화 사상 첫 1000만 관객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단순히 흥행 성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아바타’는 오늘날의 영화를 뛰어넘어 미래 영화의 모습을 제시한,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새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고전하던 할리우드가 이 영화를 계기로 미래 영화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아바타’가 기존의 영화 문법을 얼마나 새롭게 변모시켰는지 알아본다.》
개봉 17일만에 매출 1조원 넘어… 역대 1위 예상
3D입장료-입체안경-특수장비로 영화문법 바꿔


▽최고속도 고수익 영화=“이 영화가 이렇게 빨리 수익을 거둔 건 큰 물음표다.”(미국 박스오피스 분석담당 폴 데거러베디언) ‘아바타’의 흥행속도는 캐머런의 전작이자 가장 많은 돈을 번 영화 ‘타이타닉’보다 빠르다.

이유는 뭘까. 높은 티켓 가격을 매긴 3D상영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국내의 경우 3D상영은 일반 영화(2D)보다 2배가량 비싼 1만3000∼1만6000원을 받고 있다. 20세기폭스코리아는 “미국 내에서 거둔 수익 중 40%가량은 3D상영관에서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스크린 다이제스트’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동일한 영화의 일반 상영과 입체 상영을 비교했을 때 후자의 수익률이 일반 상영에 비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4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인 이 영화는 캐머런 감독이 촬영 후반 작업 기술까지 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캐머런 감독이 개발한 촬영장비 ‘이모션 캡처’가 대표적인 예. 감독은 기존의 ‘모션 캡처’와 달리 캐릭터가 실제 배우의 연기를 감정까지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모션 캡처’로 명명했다. 이를 통해 사람 냄새나는 ‘디지털 액터’가 탄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기술팀 최남식 과장은 “이 영화가 앞으로의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잔뜩 높여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국내 제작사와 감독들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관람의 재미를 되살리다”=관객을 동원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될 것으로 여겼던 점들마저 기존 영화와 다른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캐머런 감독은 오랫동안 잊었던 영화 관람의 경이로움을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직장인 이진아 씨(27)는 “불편할 줄 알았던 입체 안경도 새로운 문화를 체험해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극장도 바뀌고 있다. ‘아바타’가 선보이기 전인 지난해 9월경 국내 3D(아이맥스 포함)상영관은 50여 개 미만. 하지만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각 극장은 3D상영관을 117개로 늘렸다. ‘토이스토리3’ ‘스텝업’ 등 올해 미국에서 개봉할 입체영화 라인업이 20개에 이르자 극장들은 3D상영관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CGV의 이상규 부장은 “앞으로 3D상영관이 전체 스크린의 30%까지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바타’의 흥행 폭풍으로 3D시대의 서막은 확실히 열렸다. TV 게임기를 비롯한 3D시장이 2012년까지 약 3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