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엄마들의 수다’연기 ★★★★ 대본 ★★★☆
출산 후 완전히 바뀐 삶을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엄마들의 수다’. 왼쪽부터 염혜란, 정수영, 김민희, 김로사 씨. 사진 제공 연극열전
‘엄마’들은 1시간 반 동안 온갖 수다와 하소연을 시시콜콜 늘어놓는다. 연극 ‘엄마들의 수다’에는 출산으로 엄마의 삶을 시작한 여자들의 속내가 가득 담겼다. 여배우 4명이 엄마 16명과 4명의 아이 등 1인 다(多)역을 맡아 병원, 대형마트, 유치원 등에서 젊은 엄마의 일상을 펼쳐 보인다. 의자 몇 개가 전부인 무대를 메우는 건 엄마들의 말이다. 진통 중인 산모가 “너, 지금― 내가 이렇게 아파 죽겠는데… 밥 먹고 왔니! 그게 넘어가냐!”라고 남편에게 소리치면서 극이 시작된다. 에피소드 스무 개가 빠르게 전개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기에 객석에서는 공감의 웃음과 추임새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엄마들의 수다’가 극적 긴장을 유지하는 까닭은 여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덕분이다. 엄마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한 인간이자 여성으로 다가온다. ‘똑순이’로 잘 알려진 배우 김민희 씨의 또렷한 발성과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배우 정수영, 김로사, 이선희 씨 등 여배우들 간의 호흡도 맛깔스러웠다.
한때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을 누비며 에스프레소를 즐기던 여인은 “임신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지성? 마음? 그딴 게 어디 있어. 난 내 몸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도 바빴어요. 입덧부터 자꾸 커지는 몸에, 내 몸 속의 작은 생명은 어찌나 가리는 것도 많으신지.”
하지만 그 수다는 딱 이 지점에서 머문다. 자식과 남편의 관계에 묶인 엄마, 엄마가 되고 나서야 자신의 엄마를 돌이켜보는 그 선에서 멈춰 선다. 공감의 카타르시스는 극장을 떠난 뒤까지 긴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이내 휘발돼 버렸다. 2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3만5000원. 02-766-600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