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새해는 경인년, 호랑이의 햅니다. 호랑이는 사자보다 독립적이면서도 강인하고 용맹한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호랑이들도 꼼짝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어릴 때부터 키워준 사육삽니다.
(김현수 앵커) 이양규 사육사는 경인년 새해를 맞아 생후 7개월 된 호랑이에게 '경인'이란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아기 호랑이를 포함해 20여년동안 아기동물들의 엄마가 돼 온 이양규 사육사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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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눈이 신기하기만 한지, 눈 속을 뛰어다닙니다. 어느새 백호처럼 하얘졌습니다.
어린 호랑이지만 얕잡아 봤단 큰 코 닥칩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공격합니다. 사냥하듯 포복하듯 걷는 폼은 영락없는 어른 호랑입니다.
하지만 이양규 사육사 앞에선 엄마 앞의 아기 같습니다.
(인터뷰) 이양규 과장 / 에버랜드 사육사
" 경인이는 이제 7개월 반 된 호랑이고요, 수컷 호랑이에요. 되게 순한데 왜 그러냐면, 어렸을 때부터 우유 먹이 주고 키우면서 유독 가깝게 친하게 지냈어요. 사육사에 대해 공격성도 없이 키우게 됐죠. 대부분 동물들은 키우는 주인 성격을 닮아간다고 그래요."
(인터뷰)
"아빠라고 하기보단 엄마라고 많이 하죠. 아빠는 예를 들어 야생 동물들은 먹이 잡아 주고 가족을 지켜주지만 엄마는 새끼들을 키워주잖아요. 저는 아빠 엄마 역할들을 다 하는 거죠."
호랑이는 사자보다 공격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아기 호랑이라도 맹수는 맹수. 만만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사랑을 줘야 합니다. 아기 때부터 교감한 호랑이는 어른이 되어도 이양규 사육사를 알아보고 달려온다고 합니다.
(인터뷰)
"사자 호랑이 같은 경우 사파리로 크면 가죠. 가면 어느 정도 지났을 때는, 좀만 어렸을 때부터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애들은 나중에 가서 보면 알아봐요. 몇 개월 지나서 가서 이름 부르면 펜스에 매달려서 막 좋다고…"
태어난 지 4개월 된 아기 원숭입니다. 아기 원숭이들은 사람처럼 꾀도 부리고, 애교도 보여줍니다.
" 원숭이들이요? 얘들은 정말 사람 애기들하고 똑같아요.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애기들하고 비슷비슷해요. 사람하고 떨어져 있으면 같이 놀아달라고 막 울기도하고. 사자 호랑이들도 그렇긴 하지만. 어떨 땐 얄미울 때도 있어요. 너무 사람 비슷해서."
아기 동물들의 엄마 아빠 역할을 하다보니 정작 집에 있는 가족들은 서운해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애들 어렸을 때 목욕을 한번 제가 한 번도 안 시켜봤어요. 동물들 아프면 매일 밤새면서…. 지금도 애기동물들하고 매일 12시 1시 새벽에 들어가고, 아침에 5시, 6시에 나오고 그러거든요. 집에는 그렇지 못하니까."
경인년 새해를 맞은 이양규 사육사의 새해 소망은 하납니다. 아기 동물들이 건강하게 커주기. 그리고 사파리로 떠날 채비를 하는 경인이와 오래오래 마음 나누기.
(인터뷰)
"경인이는 7개월 반 정도 되면 이제 저희 사육사 품 떠날 때 다 됐어요. 이럴 정도라면 좀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을 거거든요. 얘 마음하고 제 마음이 변치 않아서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동아일보 김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