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하리보, 사탕제조 90년 한우물… 110국서 곰돌이젤리가 팔린다
하리보는 과즙젤리와 감초사탕 단 두 종류의 제품만 생산하지만 사탕제조 업계에서 세계 최대의 매출을 자랑한다. 하리보는 독일 국민을 대상으로 2004년에 실시한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4위를 차지해 독일의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및 자동차 브랜드 폴크스바겐과 어깨를 견줬다. 1920년 한스 리겔 부부가 단출하게 창업한 회사가 현재 독일을 포함한 유럽 16곳에 공장을 둔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했다.
독일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숨겨진 강자)’들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연속 독일을 세계 1위의 수출국으로 만든 주역이다. 한국은 수출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현재 30.9%에 불과하다.
○ 사탕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하리보
동시에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한다. 하리보의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던 2006년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북극곰 ‘크누트’가 귀여운 외모로 국민 애완동물로 사랑을 받았다. 이 회사는 즉각 북극곰의 깜찍한 모양새를 본떠 크누트 캔디를 내놓았고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리보는 맛과 모양을 달리해 매년 50가지의 새 상품을 내놓아 현재 1000여 종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분야로 다각화를 시도할 법도 하지만, 회사 측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 하리보의 모토”라고 잘라 말했다.
하리보와 같은 강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데는 독일 특유의 중소기업 지원 및 인력 훈련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아우스빌둥’이라 불리는 직업교육이 중소기업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독일은 중등 교육과정부터 철저하게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뉘는데 실업계 정규 교육을 마치면 3년 과정의 아우스빌둥 직업교육을 받게 된다. 회사에 소속돼 수련 과정을 거치는 아우스빌둥 참가자는 연간 150만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고급 기술자로 거듭나고 있으며 하리보에도 이곳 출신이 적지 않다.
○ 알프스 산맥의 크리스털
독일 본에 있는 하리보 공장에서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곰돌이 젤리 ‘골드 베어’를 생산하고 있다.
바텐스의 관광 명물로 자리 잡은 크리스털 박물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벨텐’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크리스털 제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크리스털 하나로 얼마나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이 회사가 전 세계 문화계와 패션계를 타깃으로 얼마나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안드레아스 브라운 홍보부문 사장은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스와로브스키는 1892년 세계 최초로 크리스털 절삭기계를 개발해 수작업에 의존하던 크리스털 제품의 대량생산을 이끌었다. 이후 끊임없이 크리스털 연마 기계, 유색(有色) 크리스털, 크리스털 원단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온 것이 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 홀로서기 해야 할 한국 중소기업들
일본 정부 역시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긴급보증제도의 보증한도를 종전 30조 엔에서 36조 엔으로 확충하는 등 재정 중 상당액을 중소기업 지원에 쏟아 붓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 육성책은 150개가 넘어 규모나 숫자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 정부를 벤치마킹할 정도지만 오히려 이것이 자생적인 중소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 대외무역 전문가는 “영문 홈페이지조차 갖추지 않고 정부에서 시장조사해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이 적지 않아 걱정스럽다”며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나가면 경쟁력을 잃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세계적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 저자 獨 지몬 박사
“수출中企 키워야 국가경쟁력 살아
정부지원만으론 히든챔피언 못키워”
―국가 경쟁력의 열쇠를 중소기업에서 찾는데….
“수출 경쟁력 때문이다. ‘수출 한국’이라 불리지만 독일도 수출 강국이다. 두 나라 모두 사회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미국처럼 해외에서 고급 인력을 충원할 수도 없다. 내수로 경쟁력을 도모하기 쉽지 않은 구조에서 수출이 어쩔 수 없는 주된 동력이지만 대기업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위기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반면 중소기업이 탄탄하면 위기가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독일은 최근 수년간 미국을 제치고 수출 1위를 달려왔다. 2007년부터는 중국도 미국을 따라잡았다. 독일과 중국 모두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다. 반면 대기업 위주의 일본과 프랑스는 독일 수출량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에 수출 중소기업이 유독 많은 배경은 무엇인가.
“독일은 여러 작은 나라가 모인 연방국가다. 주마다 교역 환경과 법규가 다르다 보니 조기에 국제화가 될 수 있었다. 기술을 중시하는 전통도 한 요인이다. 그 예로 슈바르츠발트 지방은 100년 동안 시계를 만들어 온 전통 덕분에 미세 정밀공학이 발달했다.”
―정부 정책도 일조했나.
“독일도 혁신을 도모하는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해법이 아니다. 위기 때 정부 보증으로 대출을 받을 순 있겠지만 미봉책일 뿐 기업의 재정능력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요즘 같아서는 첫째가 튼튼한 재정이고 둘째가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다. 앞으로 다시 닥칠지 모르는 금융위기는 재정상황이 탄탄해야 극복할 수 있다. 또 자체적인 판매망을 갖고 있느냐와 신속하게 모든 서비스 잠재력을 동원해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별취재팀>
▽팀장=박현진 경제부 차장
▽미국 영국=박형준 기자
▽핀란드 프랑스 스위스=정재윤 기자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이세형 기자 (이상 경제부)
▽독일 오스트리아=강혜승 기자
▽스페인 중국=한상준 기자
(이상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