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사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학점과 토익 성적에만 치중하면서 대학생활을 했다. 그 덕분에 매번 다행히도 좋은 성적과 함께 장학금을 받았지만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가슴 한구석에 인간관계 형성 부족에 따른 외로움이 자리 잡았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알게 된 이후로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을 인간관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 대기업에서 지원하는 대학생봉사단의 청소년 미디어 멘터링에 참여했다. 내가 맡은 아이는 편부 가정의 여고생이었는데 처음에 차갑던 아이의 마음도 차차 열리게 됐다. 서로 소통해 가며 느끼는 만족은 높은 성적이나 장학금과는 또 다른 값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인간관계의 지평을 넓혀 가기 시작하니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다가왔다. 나와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학교 수위 아저씨와 일상의 안부를 나누는 소위 ‘절친’이 된 것은 사고전환의 노력 덕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앞서 얘기한 할아버지처럼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분이 주변에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 만하지 않나 싶다. 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겨울, 취업을 위한 공부도 좋고 문화생활도 좋지만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명진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