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한반도의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지구상에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소중한 생명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경우 태무심하기 일쑤다. 그러다가도 식용이나 관상용, 또는 의약용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면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는다. 아니 거의 편집증에 비견될 만한 집착을 보인다. 자연계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에 대한 인간 중심적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자연의 무차별적 이용이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자성과 경고의 목소리를 눌러왔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가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 국제협약을 1992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한 193개국이 협약 당사국이다. 이 중 167개국이 국가적 차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을 마련하여 적극 시행하는 중이다.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970년 당시보다 세계 생물다양성 지수가 오히려 31% 감소했다. 열대지역만 보면 59% 감소했다. 멸종위기종인 산호류는 15년 전보다 생존 가능성 지수가 20% 줄었고 양서류는 이미 30년 전부터 절멸의 위기에 놓여 복원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유엔과 정부의 노력이 구체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생물에 대한 인류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인류는 생태계(ecosystem)를 구성원 중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이 다운되는 ‘계(system)’로서 인식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룡의 멸종이 현화식물을 먹이 원으로 삼지 못해 일어났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따르면 일방적인 침엽수림의 포식자였던 공룡이 현화식물이 출현하면서 그 자리를 곤충과 포유류에게 내주었다. 현화식물의 꽃으로부터 꿀이나 수액을 취하고 화분의 수정을 매개해 주던 곤충이나, 과일을 먹고 씨를 온 사방에 퍼뜨려 현화식물의 번식을 돕던 포유류가 오늘날 지구상에 번성하게 된 현상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일방적 파괴나 포식이 아닌 ‘공존’의 지혜를 얻은 조상에게 준 자연의 선물이다. 경인년 한 해! 지구상의 다른 생물을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하려는 인류의 오만함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는 공존의 지혜를 깨닫는 축복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황의욱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