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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동그란 카리스마

입력 | 2010-01-08 03:00:00

■ 뿔테 느낌나는 복고풍 안경 패션시대





《대학생인 김도형 씨(26)는 지난해 초부터 ‘동그란 안경’ 마니아가 됐다. 놀러 갔던 친구 집에서 비틀스의 존 레넌이 쓰던 것과 비슷한 완벽한 원형 안경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여러 안경을 써 왔지만 동그란 안경이야말로 ‘내 스타일’의 완성처럼 느껴진다”며 “최근에는 기업 면접 때문에 안경을 평범한 것으로 바꾸라는 조언을 많이 듣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그란 안경을 고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준성 씨(31)는 그야말로 ‘튀는 안경’ 애호가다. 빨간색과 파란색, 가끔씩은 분홍 안경까지 사용한다. 그는 여러 안경을 구비해 뒀다가 ‘기분 내킬 때마다’ 바꿔 쓰고 외출하곤 한다. 출근할 때는 비교적 무난한 안경을 선호하지만, 주말엔 의상에 맞춰 안경도 같이 화려해진다. 이 씨는 “안경이야말로 그 사람의 개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이라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때는 주로 눈에 띄는 안경을 착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국내 안경테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안경이야말로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라 그동안 튀지 않는 안경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3, 4년 동안 몰아친 ‘복고풍 뿔테’ 열풍에 이어, 올해는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안경이 유행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올해 시작될 ‘안경테 혁명’의 내용을 들여다봤다.

○ 올해는 색상과 소재부터 바뀔 것

 

그동안 안경은 패션이 아니라 필수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따라 2008년 기준으로 인구의 절반 가까운 45%의 사람들이 안경을 쓰지만 제품의 회전 주기는 빠르지 않았다. 하나를 장만하면 그 안경만 2, 3년씩 쓰기 때문이다.

안경전문점인 트랜디카 전소연 디자인실장은 “안경테는 전 국민이 하나쯤 가지고 있는 제품이지만 보급 정도에 비해 시장성은 크지 않다”며 “올해는 기능적인 측면이 아닌 패션 안경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며 시장도 같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실장이 꼽은 올해 봄, 여름 유행 색상은 붉은색과 핑크 계열. 원래 패션 안경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갈색과 베이지색이지만 최근 원색 계열 뿔테 안경의 매출이 늘어났다. 안경테의 변화가 2010년 봄바람과 함께 시작할 것이란 예측이다.

올해 기능성 안경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특히 자동차나 휴대전화 등에 들어가는 신소재를 사용해 더욱 가벼워진 안경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의 트렌드 세터들이 많이 찾는 웨이브안경 도산파크점의 박수진 안경사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올해 붐이 일기 시작한 원형 안경 유행이 계속되는 반면, 소재에서 차별화가 많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안경사가 꼽은 ‘올해의 안경’은 뿔테 느낌이 나는 티타늄 테. 일반 뿔테는 무게가 40∼50g까지 나가는 데 반해 지난해 말부터는 최저 2g짜리 티타늄 테가 잘 팔리고 있다. 그는 “뿔테의 느낌이 나는 티타늄 등의 금속 테가 올해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 제품으로는 대나무나 물소뿔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안경전문점 알로의 박형진 대표는 “일본 브랜드인 목조낭만(木調浪漫)과 같이 대나무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하거나 뿔테 소재인 아세테이트를 자연 재질로 대체한 제품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해리포터 안경 유행은 계속될 것

지난해 20, 30대를 강타한 동그란 안경 유행은 올해도 지속된다는 의견이 많다. 몇 년 사이 조인성, 류승범 등 연예인들이 착용한 동그란 안경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동그란 뿔테 안경이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이닥안경 김영근 대표는 “예전에 비해 동그란 안경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며 “다른 안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패션용으로 동그란 안경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일명 ‘김구 안경’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안경테의 최대 트렌드였던 복고풍 뿔테 유행과 맞물려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동그란 안경 유행을 남성들이 주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동그란 뿔테 안경이 주는 ‘복고미’가 남성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다만 동그란 안경을 쓸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얼굴이 긴 서양인에게 어울리는 안경이다 보니 한국인에게는 어색해 보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얼굴을 더욱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효과도 주의해야 한다. 또 피부가 좋지 않은 사람은 둥근 안경이 시선을 얼굴에 집중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알로의 김기현 안경사는 “각진 얼굴이 동그란 안경을 쓰면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그란 얼굴은 라운드 테를 피하는 게 좋다”며 “최근 둥근 안경테를 사는 사람의 60% 이상이 패션성을 따져 동그란 안경을 사지만 일단 본인의 이목구비에 맞는 안경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 국내 안경산업 다시 부활할까

올해 안경 트렌드에는 국내 안경업계의 치열한 생존경쟁도 숨어 있다. 한국은 1990년대까지 세계적인 안경테 제조국이었지만 최근 그 위상이 많이 쪼그라들었다. 중국산 저가 안경테가 시장을 장악한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국내 및 해외시장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알로의 박 대표는 “국내 안경제조업체들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뿔테 안경의 투자시기를 놓쳐 저가형은 중국에, 고가형은 이탈리아나 일본에 시장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패션 안경과 기능성 소재 안경 등 새로운 안경이 각광받는 올해가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할 좋은 기회라는 것이 안경테 제조업체들의 의견이다. 한 안경제조업체 대표는 “최근 3년 동안 뿔테와 금속 테의 비중은 7 대 3 정도로 벌어졌다”며 “앞으로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컬러의 뿔테 안경과 자연소재 고기능성 안경 시장을 국내 업체들이 선점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