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LVMH에서 나 홀로 실적이 부진해 ‘미운 오리새끼’ 취급 받았던 셀린느가 새해를 위풍당당하게 맞게 된 건 피비 필로라는 37세 여성 덕분입니다. ‘스텔라 매카트니’를 거쳐 2001∼2006년 ‘클로에’를 세계적 패션 브랜드로 키워낸 그는 2008년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됐죠. ‘메이드 바이 피비 필로’ 표 옷들이 지난해 말 패션 무대에 첫선을 보이자 패션업계는 “셀린느를 다시 보자”며 열광했습니다. 베이지색을 활용해 군더더기 없이 재단한 그의 옷은 혹독한 금융위기 이후 과시형 패션에 식상해진 사람들을 사로잡았죠. 2008년 셀린느에 합류할 당시 그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한다. (그동안은 아이를 위해 쉬었지만) 이제 아이가 생후 18개월이 돼 패션계로 복귀할 가장 완벽한 때라고 생각한다.” LVMH 최고경영진도 그의 여유로운 패션에 기대를 건다고 합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오면 국내 증권가는 새해에 일제히 국내 중견 패션회사 한섬에 투자 매수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섬은 견고한 의류 소비 회복과 수입 명품 고성장에 힘입어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하고 있다”며 “한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5배로 낮은 수준이라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영업이익은 26%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돼 불황에도 끄떡없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타임’, ‘마인’ 등 6개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랑방’, ‘클로에’, ‘지방시’ 등 쟁쟁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파니까요. 지난해 9월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강남점에 랑방의 라이선스 브랜드인 ‘랑방 컬렉션’을 열어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