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표 도용 해당안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에서 ‘버버리노래방’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지난해 8월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노래방 상호를 쓰지 말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온 것. 발신인은 영국의 세계적인 명품 패션용품 제조업체인 버버리사의 한국 내 소송 대리인이었다.
정 씨가 응하지 않자 버버리사는 상표를 도용했다며 2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버버리사는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버버리 상표와 같은 이름으로 2003년 11월부터 노래방 영업을 함으로써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법이 금지하는 부정경쟁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버버리 상표는 특허청이 해마다 발행하는 ‘주로 도용되는 국내외 상표집’에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대전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윤인성)는 7일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정경쟁행위는 타인의 상표나 영업표지와 같거나 비슷한 것을 사용해 타인 상표 등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라며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추상적 위험의 발생만으로는 부족하고 식별력 또는 명성 손상이라는 구체적인 결과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거나 그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버버리사는 자신의 상표 등 식별력이나 명성이 손상됐다는 결과 또는 그 가능성에 관해 별도의 입증을 하지 못한 만큼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