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 근절… 입체영상 시대 성큼… 영화계 ‘수익 양날개’ 달까
《2010년 한국 영화계는 지난해 부활을 발판 삼아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침체의 구름을 걷어내고 전년 대비 성장률 24.8%, 관객 점유율 48.7%, 총관객 1억5000만 명, 총매출 1조817억 원을 돌파하며 선전했다. 올해는 불법 다운로드를 막을 수 있는 합법 온라인 유통 산업이 자리를 잡고, 미래영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입체영화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극장들도 3D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을 확충하며 영화 관람문화의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0∼2014 한국영화 흥행구조 및 시장규모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는 3.3% 성장해 안정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파일 합법유통망 ‘코미’ 출범 땐 매출 늘듯
관객 1139만 명을 모은 영화 ‘해운대’와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가 온라인에 불법 유출된 사건은 지난해 한국영화계의 대표적 악재로 꼽힌다. ‘해운대’의 불법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326억여 원에 달했다. 이처럼 부가 판권 시장이 무너졌기 때문에 한국 영화가 극장 매출에 의존하는 비중도 인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영진위는 공공온라인 유통망인 ‘코미(KOME·Korean Open Movie Exchange)’ 사업을 시작한다. 3, 4월까지 파일럿 서비스 기간을 거쳐 5월 초 정식으로 문을 연다. 개방형 유통지원 마켓플레이스를 표방한 ‘코미’는 쉽게 말해 합법적인 콘텐츠를 투명하게 거래하는 창구다.
2010년 한국 영화계는 개방형 유통지원 마켓플레이스를 표방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코미’가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할 수 있을지와 ‘아바타’로 시작된 3D영화 돌풍이 국내에도 이어질지 등이 주목된다. 불법 파일 유출로 326억 원의 피해를 본 영화 ‘해운대’(위쪽)와 멀티플렉스 극장 CGV의 3D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곽경택-윤제균 감독 등 ‘3D’ 제작 본격화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 ‘아바타’의 흥행으로 국내 영화계도 꿈틀거리고 있다. 국내 입체영화 제작기술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연구돼 왔다. 2D 영화를 입체로 변환하는 기술을 가진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는 2007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여러 영화의 입체효과를 맡았다. 올해는 입체장비 개발 업체 ‘레드로바’ ‘스테레오픽쳐스’ 등이 영진위에서 8억 원을 지원받아 영화 촬영에 필요한 장비(리그)를 개발한다.
할리우드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었던 입체영화 제작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해엔 입체 단편영화 ‘못’이 제작되는 것을 성과로 꼽을 정도였지만 올해는 국내 유명 감독들이 잇따라 3D영화에 도전한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서해교전 이야기를 실사 3D로 ‘아름다운 우리’를 만들고,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도 차기작으로 예정된 ‘제7광구’와 ‘템플스테이’의 3D 제작을 고심 중이다.
‘아바타’ 상영을 앞두고 50여 곳이던 입체영화 상영관도 2배가량 많은 117개로 늘어났다. 올해는 CGV가 전체 스크린 수의 30%까지 입체 상영관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도 상영관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지겨워진 ‘판박이 아이돌’… 돌파구 뭘까▼
가요계 표절-불공정 계약 논란 속 대형기획사 지배 흔들… ‘음악성’으로 승부할 듯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첫 솔로 콘서트 중 여성 댄서와 ‘성행위 퍼포먼스’를 벌여 선정성 논란을 빚은 가수 지드래곤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해 첫 솔로 앨범에 실린 노래들이 외국 유명 가수의 곡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받았던 지드래곤은 콘서트에 대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수사 의뢰에 따라 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이보다 5개월 앞서 같은 소속사의 동방신기 멤버 5명 중 3명은 독자 활동을 위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승소했다.
아이돌 가수들과 관련해 이처럼 최근 연이어 불거진 법정 공방을 단편적인 사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음악 외적인 매력을 내세워 인기몰이에 주력하는 가수 △훈련 기간 부담하는 투자비용을 핑계로 가수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해온 기획사라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두 가지 해묵은 병폐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3개 대형 기획사가 나눠 점유하고 있다. 기획사들은 어린 나이의 가수 지망생을 찾아내고 훈련시켜 말끔하게 기획된 상품 같은 아이돌을 일정 간격을 두고 잇달아 내놓는 공통된 전략을 쓰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음악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은 노래보다는 이미지를 통해 이들이 내놓는 ‘가수’들을 소비한다. 그러나 음악 시장을 표방한 무대에서 음악에 주력하지 않는 ‘비주얼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직장인 윤대근 씨(33)는 “지난해 말 지상파 TV의 대중음악 시상식 프로그램을 보다가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기 민망해 볼륨을 끄고 화면만 봤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 씨는 “표절과 불공정계약이라는 오래 묵은 문제들에 대한 결론 없는 논란만 반복되면서 대중의 판단력이 마비됐다”며 “법정 공방이 어떤 결론을 얻느냐에 따라 2010년 대중음악 시장이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