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수들이 해외 원정 가는 곳에는 김형채 조리실장(맨 왼쪽)이 늘 동행한다. 그는 없는 여건에서도 어떤 음식이든지 만들어 내 ‘미다스의 손’이라 불린다. 왼 가슴의 대한축구협회 로고가 보인다. 스포츠동아DB
허정무호에 한식 조리장 동행
시원한 된장국·김치찌개 뚝딱
선수들 “한식 먹으니 힘 불끈”
대표팀의 남아공 전지훈련을 동행한 취재진의 음식타령도 마찬가지다.
매번 고기류와 베이컨 등 서양식을 먹다보면 느끼함이 가시지 않고, 김치 얘기만 나오면 군침을 삼키기 일쑤다. 도착 3일차에 우연히 들른 루스텐버그의 중국집 요리가 한국 입맛에 딱 맞았다면 그 기분을 누가 알까. 볶음밥에 새우튀김, 고추를 듬뿍 넣은 소고기 요리, 마파두부가 한국만큼 맛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취재진들은 쾌재를 불렀다.
해외 취재를 하다보면 한인회도 큰 힘이 된다.
한국식단을 마련해 초대해주는 날엔 기사 쓰는 손가락에 힘이 쏟는다. 남아공 취재 중 교민 한분이 이런 즐거움을 전해줬다. 7일 점심(현지시간)에 한국 취재진을 초청해 푸짐한 한식을 내놓았다.
축구선수들에게도 음식은 중요하다. 열심히 뛰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한식과 양식을 적절히 섞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훈 기간 내내 한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그 만큼 컨디션 유지에 유리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루스텐버그에 캠프를 차린 허정무호에 한식 조리장을 동행시켰다. 김형채 조리장이 그 주인공이다. 대표팀의 훈련 기간이 길거나 여건이 썩 좋지 않은 곳이라면 김 조리장이 선수들의 입맛을 위해 따라간다. 없는 여건에서도 무엇이든 지 만들어내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게 선수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치찌개나 된장국은 물론이고 인삼이 없는 데도 닭을 구입해 속에 야채를 듬뿍 넣어 삼계탕을 끓이거나, 돼지고기를 푹 삶아 보쌈을 내놓으면 선수들에게 인기는 만점이다.
선수와 스태프들 모두 “한국 음식을 그리워해본 적이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김 조리장은 조리복 위에 대한축구협회를 상징하는 호랑이 문양과 태극기를 새겨 넣는 등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음식은 삶의 활력소다. 세계 어디에 가든 김치와 된장, 청국장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그것만으로도 삶의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