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효모와 유산균이 듬뿍 들어있는 건강발효식품
숙성 중인 전통막걸리
대한민국 서민을 대표하는 술인 ‘막걸리’.
뽀얗고 누르스름하며 달콤쌉싸름한 맛의 막걸리는 예부터 농민의 애환을 들어주기도 하고 배고픈 그 시절 한 끼 대용으로도 마시던 술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주류의 70%를 차지하던 막걸리는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된 이후 평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쌀’대신 ‘잡곡’이 막걸리의 재료가 되면서 옅어진 맛만큼 사람들의 애정도 식어갔다. 설상가상으로 1980년대부터는 맥주와 소주에 밀려 전국 술도가의 70%가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는 2009년 최고 히트상품으로 오르며 웰빙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알코올과 다르게 막걸리는 생 효모와 유산균이 듬뿍 들어있는 건강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들은 다양한 맛의 막걸리 제품들을 시중에 쏟아내며 현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옛날 전통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빚어낸 막걸 리 고유의 맛을 따라오기는 힘들다고 한다.
막걸리의 험한 굴곡에도 명맥을 유지해 온 전통 양조장들이 전국 곳곳에 남아있다. 그 중 한 곳을 찾아 전통 막걸리 제조방법을 찾아봤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지평양조장(방효연 사장 / 55)은 1925년에 문을 연 후 3대째 대를 이어 운영해오는 곳이다. 오동나무 통에 효모를 배양한다.
◆ 원료
막걸리의 주원료는 쌀(백미)과 밀가루(소맥분) 등으로 총 2가지다.
◆ 증미
쌀을 12시간 이상 물에 불려(침미) 고두밥으로 만든다. 밀가루는 물을 적당히 넣어 고슬고슬하게 찌어낸다.
◆ 보쌈(종국실)
보쌈 단계는 막걸리를 만들어내는 양조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막걸리의 맛과 품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증미 단계에서 찌어낸 재료의 30%를 이불로 덮어 백국균을 12시간 동안 파종한다.
보쌈 단계에서는 36~42℃를 유지해야 한다. 최저 온도 또는 최대 온도를 벗어나게 되면 파종이 되지 않거나 균이 죽게 된다. 방 사장은 “막걸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온도, 두 번째는 습도”라고 설명했다.
◆ 입상(종국실)
보쌈 단계에서 백국균을 파종한 재료를 오동나무로 짜여진 60여개의 직사각형 판에 나누어 넣는다. 보쌈 단계처럼 한 곳에 모든 재료를 넣고 파종하게 되면 활발한 균의 활동으로 온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입상 단계에서는 36~40℃를 유지해야 한다.
막걸리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기계를 이용해 입상 단계를 작업한다. 방 사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술을 제조했을 경우 결정적인 약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곰팡이균 배양은 온도와 습도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기계 바람을 이용해 온도를 강제적으로 조절할 경우 수분이 날라간다”는 것이 방 사장의 설명이다.
지평 양조장에서는 균이 활동하면서 상승하는 온도를 두 시간에 한 번씩 체크하면서 60여 개의 오동나무 상자를 엇갈려 쌓아주거나 상자 안의 재료에 골을 파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 사장은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일부러 연탄난로를 사용한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 지평양조장
◆ 주모사입
주모사입은 입상단계에서 배양한 재료 중 30%를 넣어 발효시키는 단계다. 이 단계는 72동안 재료를 발효시킨다. 주모사입 단계에서는 24시간, 48시간, 72시간마다 각각 다른 향을 낸다고 한다.
◆ 1단사입
1단사입은 주모사입 단계에서 72시간 동안 발효시킨 효모와 입상단계에서 남은 재료의 70%를 섞어 효모균을 증식시키는 과정이다. 1단사입에서는 24시간동안 발효시킨다.
◆ 2단 사입
증미 단계에서 남은 70% 재료와 1단사입 단계에서 발효시킨 재료를 섞어 48시간 동안 숙성시키게 되면 술이 만들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당화와 주정발효가 일어난다. 앞의 단계들을 통해 막걸리를 만들게 되면 총 알코올 도수는 18%가 넘지 않는다. 막걸리의 도수는 제한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 제성
숙성된 술을 거르게 되면 막걸 리가 된다.
지평양조장에서 쌀 막걸 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작업시간은 6일. 반면 밀가루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밀가루가 쌀보다 고운 입자라 총 5일의 작업시간이 걸린다. 쌀 220kg를 이용해 나오는 막걸리의 양은 1000L정도라고 한다.
한편 흔히 탁주로 불리는 막걸리를 여과시키게 되면 약주(정종)가 만들어지고 탁주를 증류시키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40%까지 나오는 소주(안동소주)가 된다고 한다. 흔히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주는 앞서 설명한 2단 사입단계에서 발생한 주정을 물로 희석시킨 것이라고 한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