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두근두근 Tomorrow’
먼 미래로 인식되던 ‘2010’이라는 숫자가 오늘을 가리키는 날짜가 됐다. 막연한 미래로 여겨졌던 2010년을 앞두고 어떤 메시지로 삼성그룹 광고를 제작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캠페인을 준비하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새롭되, 삼성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라는 명제였다. 그동안 삼성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생각을 읽어 그룹 광고 메시지로 발신해 왔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할 수 있다는 믿음’, 2000년 신세기를 맞아 ‘디지털 프런티어’, 글로벌시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그 예다. 삼성그룹 광고 역할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소비자의 기대감에 대한 대답이었다. 또 그 답이 내일에 대한 우리의 ‘소망’이자 삼성이 내일을 위해 해왔던 ‘준비’였기 때문에 그 메시지가 실현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0년을 맞아 우리가 바라는 내일의 모습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꿈꾸는 내일의 그림은 다를 테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을 기대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일 것 같았다. 이런 생각에서 올해 캠페인 슬로건을 ‘두근두근 Tomorrow’라는 표현으로 정하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했다.
‘기술’이란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머릿속에 차가움, 이성, 난해함 등의 단어부터 떠올린다.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 해도 ‘기술’이란 단어가 지닌 ‘어렵다’는 낙인을 지우기 힘들다. 그래서 따뜻함, 감성, 쉬움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표현방법으로 택했다.
그 다음으로 기술을 어떻게 단순히 설명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존 마에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교수의 저서 ‘단순함의 법칙’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마에다 교수는 “단순함은 명백한 것을 제거하고 의미 있는 것만을 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명백한’ 원리를 소비자에게 이해시키려는 개발자의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기술이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만을 전달한다면 이야기는 더 단순해진다. 그래서 ‘메타포(은유법)’를 택했고 ‘별빛처럼 자연에 가까운 빛을 내는 LED’라는 식으로 삼성의 신기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천편일률적인 기업 신년 광고를 벗어나 2010년 경인년을 상징하는 호랑이 등 위에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타고 있는 1면 인쇄광고에 이어 연령대별로 새해 소망을 담은 3면, 5면 광고를 연이어 실었다. 소비자 친화적인 접근을 통해 과거 엄숙했던 그룹 광고를 벗어나 ‘역동적이고 젊은 삼성’,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삼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보는 상상력’, ‘변화를 주도하는 창의력’, ‘끊임없는 도전정신’ 등 3가지가 필요하다. ‘두근두근 Tomorrow’가 보여주려는 것도 그런 시도였다. ‘광고’라는 것은 유효기간이 3개월을 넘기기 힘들다. 하지만 기업의 의지가 담기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은 캠페인 슬로건은 시간의 무게를 더해 더욱 힘 있는 메시지로 거듭난다. 앞으로 ‘두근두근 Tomorrow’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설레는 내일을 부르는 주문으로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