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즈 마사토 씨(今津雅仁· 53)는 2009년 10월에서 12월까지 약 3월에 걸쳐 서울과 부산의 유명 재즈클럽에서 한국 뮤지션들과 수십 차례 합동 공연을 가졌다.
이 사실이 일본에 전해지자 적잖은 일본 재즈 팬들이 꽃다발을 준비해 한국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소동을 벌였다. 대신 그의 명성을 알 리 없는 한국 관객들은 이 같은 소란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그런 거장이 한국에서 6개월간 나홀로 생활을 하며 한국말을 읽히고 한국 뮤지션들과의 교류를 가져 국내 재즈계에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무예의 고수가 낯선 땅에서 상대방의 수준을 가늠해 보려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6개월간에 걸친 1차 한국 적응기간을 마치고 1월 초 한국을 떠났다. 출국하기 전 그를 만나 한국생활과 한국 재즈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일본 재즈 거장, 일정 팽개치고 무작정 한국행
- 50대의 나이에 홀로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국어가 많이 늘었나?
"겨우 읽고 쓰는 정도다. 지난해 여름 처음 한국을 방문해 곧장 연세어학당에서 3개월간 한국어를 배웠다. 그런데 한국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 덕에 한국어 학습이 진도가 덜 나갔다. 택시운전사까지도 일본어가 가능한 나라였다니…(웃음)"
"실제 멤버들끼리는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총동원해 소통하기도 했는데, 원래 재즈라는 것은 언어가 안 통해도 되는 장르다. 말없이도 통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기에 공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한국 생활은 어땠나?
"비교적 즐거웠다. 무작정 서울을 거닐며 젊은 연주자들을 만나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며 놀기도 했다. 일본 공연 계획을 다 포기하고 급작스럽게 왔기에 일본 매니저들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공연 일정이 많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
- 한국행의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에 와서 나윤선 씨는 만났나?
"지금은 프랑스에 가 있다고 해서 직접 만나진 못하고 전화 통화만 할 기회가 있었다."
- 한국과의 다른 인연은 없나?
"6개월 전이 첫 방문이었을 정도로 교류가 전혀 없었다. 대신 한국에 대한 인상은 좋은 편이었다. 아버지가 일본 사회당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예전에 재일한국인의 권익신장을 위한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더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일본 재즈는 실패, 그냥 재즈와 함께 놀아야…"
-함께 연주해 보니 한국 재즈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무엇보다 흥겹다. 폭발하는 힘과 열정에 감동 받았다. 재즈보컬의 경우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했다. 다른 분야 또한 크게 성장했기에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없을 정도다. 대신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아무래도 생업에 대한 부담이 있다보니 그런 것같다."
- 한국에서 재즈라는 장르는 조금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일본에 재즈 시장이 크고 뮤지션이 많다고 하지만 나는 일본 재즈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대중들과 스스로를 격리시켰기 때문이다. 재즈란 대중성이 생명인 음악이다. 관객이 '어렵다'고 반응하는 순간 미래가 어두워지는데 한국에서도 재즈를 놀이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 당혹스러웠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보다 더 밝고 쾌활하기에 재즈에 적합한데도 말이다. 재즈의 정신은 자유 그 자체다."
- 마사토 씨 동영상을 찾아보려고 여러 동영상 사이트를 돌아다녔는데 실패했다.
"과거 연주 영상을 남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재즈는 연주 실황을 봐야한다. 일종의 찰나의 미학이기 때문이다. 이미 감동이 지나간 연주를 본다고 감동이 재현되지는 않는 법이다."
- 한국어까지 공부했는데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가?
"1차적인 목표는 한·일 합동 재즈밴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많은 재즈 친구들에게 그렇게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하게 재즈 밴드를 만드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한일 문화 교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우선 한국의 대중음악부터 내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일단 일본으로 돌아가지만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라도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 따지고 보면 무척이나 가까운 나라 아닌가?"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