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항공기 테러기도 조사결과 공개 “정보 종합-분석 실패”… 책임자 문책은 거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4시 반경(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의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TV 연설과 함께 자신이 지시한 이번 테러 기도 사건에 대한 6쪽짜리 조사 결과 요지를 여과 없이 공개하고 부처 및 정보기관별 지시사항도 함께 언론에 발표했다. 사건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서 대처방안 수립에 비중을 두는 대신 논란이 일고 있는 책임 문제는 자신이 다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 “시스템 실패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명패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전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며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보호하는 엄숙한 책임을 지고 있다. 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기보다는 이번의 실수를 통해 우리 국민이 더욱 안전할 수 있도록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이나 조직의 잘못이 아니라 조직과 기관 간에 걸쳐 있는 시스템의 실패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화당에서 연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보수 성향의 언론들도 책임 문제를 거론하며 비판 보도를 내보내는 것에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 조사 결과 모두 공개, 부처별 대처방안 지시
오바마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정보기관들에 정보의 수집과 공유, 분석을 강화하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중대 결함을 모두 보완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또 테러 요주의 인물 리스트 기준을 더욱 확대해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정보를 부처에서 적시에 볼 수 있도록 더욱 광범위하게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중단되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한 발 앞서 있어야 한다”며 “정보를 깔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