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안에는 모든 것이 있다.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이 시간을 보내는 각종 상점, 수송 대기 중인 물자들, 기내식을 만드는 공장, 격납고, 항공사 사무실과 공항 직원들. 물론 이 모든 곳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돼 있다. 그런데 한 작가가 특권을 얻었다. ‘공항 상주작가’라는 독특한 지위로 일주일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인 런던 히드로 공항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 주인공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이다.
그는 공항 소유주로부터 받은 뜻밖의 제안을 숙고 뒤 승낙한다. ‘상업세계와 예술세계는 불행한 동반관계’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가는 ‘푸드코트를 관리하고 지구 평균 기온을 높이는 데 일조할 소지가 큰 테크놀로지를 운용하며, 불필요한 여행을 하도록 부추기는 데 솜씨를 발휘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초청을 떨쳐내기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공항은 작가에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의 작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두 주인공이 만난 장소가 공항이었다. 또한 현대의 공항이란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신앙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호 관계성에서부터 여행을 로맨틱하게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단 하나의 장소였던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우리가 읽은 책, 일본의 절, 룩소르의 무덤, 비행기를 타려고 섰던 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등 모두 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하는 일로 돌아간다…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