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의 이중잣대
프랑스는 정상 사이에 이뤄진 반환 세리머니에 그치지 않고 이집트와 갈등을 빚었던 나머지 벽화 문제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무바라크가 프랑스를 방문하는 동안 이집트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다른 벽화 4개를 이집트 정부에 넘겨줬다. 반면 미테랑은 반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1996년 세상을 떴고 나머지 외규장각 도서 296권은 여전히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남아 있다.
사르코지가 벽화를 반환한 논리는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다. 엘리제궁은 성명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문화재 불법 거래와의 전쟁 차원에서 벽화를 이집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이번 반환은 문화재의 불법적인 수출입과 이전을 금지한 1970년 유네스코 협약을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야말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프랑스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궁이 문화재 보호 챔피언이라고 떠벌리는 사이 법원은 억지논리를 동원해 약탈품을 지키는 나라가 프랑스인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한 국가 문화재다. 프랑스가 돈을 주고 사들인 이집트 고분벽화에 비하면 죄질이 훨씬 나쁘고 국가 책임이 무겁다. 무거운 책임은 외면하고 가벼운 책임만 인정한 프랑스가 계속 문화선진국으로 자임할 것인지 궁금하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는 하다. 1993년 이후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간헐적으로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문화연대의 반환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 문화연대는 국민 성금으로 3억4000만 원을 모아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2007년 3월에는 1억 원을 들여 프랑스의 대표적 신문 르몽드에 반환을 호소하는 전면광고를 냈고, 이번 소송을 위해 1억2000만 원을 썼다. 나머지 1억2000만 원은 일본에서 임진왜란의 영웅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를 사오는 데 사용했다. 문화연대는 다음 주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당연히 항소하고 싶지만 10만 유로(약 1억6000만 원)나 되는 소송비용이 큰 부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외규장각 반환소송 계속해야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