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체제 시위 주동… 소련 망명… 카자흐스탄 추방

분단된 조국이 낳은 비운의 망명 작곡가 정추 씨(87·사진)의 삶의 이력이다. 사람들은 그를 ‘카자흐스탄의 윤이상’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는 윤이상보다 더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EBS 다큐프라임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작곡가 정 씨를 조명하는 ‘다큐프라임-미행(未行), 망명자 정추’를 12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한다.
그는 모스크바대 음대를 5점 만점으로 수석 졸업했고 차이콥스키의 직계 제자로 발탁될 만큼 천재적인 음악가였다. 구소련 음악사전에 올라 있으며 카자흐스탄 음악 교과서에도 그의 곡들이 실려 있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서는 반동분자, 남한에서는 월북자로 낙인찍힌 탓에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작곡가 정추 탄생 기념 음악회에는 유명 소설가 아니톨리 킴과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가 조국에 바치는 유언으로 만든 교향곡 ‘내 조국’이 연주돼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프로그램은 작곡가 정 씨의 삶을 그가 작곡한 음악들과 함께 전한다. 제작진은 “한국적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그의 음악은 망명자로서 겪었던 절망과 고독, 조국애를 시청자들에게 절절하게 전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