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 혁신”…‘드림팀’ 이끄는 황영조 기술위원장
한국 마라톤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론 안 된다. 수십 년간 해왔지만 성과가 없었다. 침체한 한국 마라톤을 살리기 위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40).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지난해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을 맡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일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5일부터 제주도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2011년 마라톤 드림팀을 이끌고 있는 그를 10일 만났다.
―중책을 맡았다.
“마라톤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금메달을 땄던 기억을 되살려 한국 마라톤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겠다.”

황영조 마라톤 기술위원장이 10일 대표팀 전지훈련 숙소인 제주시 연동 아로마호텔에서 한국 마라톤 부활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남자 개인전 동메달, 남녀 단체전 동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양종구 기자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합동훈련을 하자고 했을 때 공단만 몽골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런데 이번엔 합동훈련을 하자고 한 이유는 뭔가.
황 감독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당시 모든 일정을 잡고 전지훈련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야 연락이 왔다. 현지 숙소, 비행기표 다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겠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합동훈련을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소속팀 훈련도 인정한다. 다만 대표팀 관리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선수들이 부족한 게 뭔가.
“마라톤은 훈련량과 강도가 중요하다. 훈련량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강도가 훨씬 약하다. 나는 스피드를 갖춘 뒤 지구력 훈련을 했다. 그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 마라톤은 지구력을 키운 뒤 스피드를 가미하고 있다. 그래서 스피드 시대에 접어든 세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훈련이 과거식으로 회귀하는 것인가.
“아니다. 너무 강도가 높으면 부상이 온다. 그래서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지구력을 키우는 기본을 유지하되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남자 15명, 여자 8명 등 총 23명이 훈련하는데 5시간 달리기 등 강훈련을 해도 잘 따라오고 있다. 여럿이 달리니 경쟁심도 유발해 훈련 분위기가 좋다.”
황 감독은 2011년 메달을 딸 비장의 무기도 마련했다. 스피드가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을 제치기 위해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는 거리를 4번 왕복하는 난코스를 개발했다. 스피드를 앞세워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진을 빼겠다는 전략이다. 황 감독은 올 8월 대구 코스에서 예행 훈련도 할 예정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의 지원도 큰 힘이 된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알고 다른 선수는 모른다는 게 최고의 이점입니다.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 남녀 단체전에서 동메달이 목표입니다.”
황 감독의 2011년 청사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짜여 있었다. 과연 이 승부수가 통할 것인가.
제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