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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풀어보는 새해정국]박근혜

입력 | 2010-01-11 03:00:00

MB와 세종시 뚝심대치 후계자 낙점-쟁취 갈림길




친박 60석 ‘거부권’ 바탕으로
‘신뢰의 정치’ 명분 고수
“국익 차원서 도울건 도울것”
건설적 비판자 역할 자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다시 한 번 정국의 중심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 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에 섰다. ‘국가 백년대계(이 대통령)’와 ‘신뢰의 정치(박 전 대표)’라는 두 개의 거대명분이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배수진을 쳤고, 박 전 대표는 7일 “원안이 배제된 수정안은 당론으로 채택돼도 반대한다”고 쐐기를 박아 타협의 여지도 없어졌다. 박 전 대표는 7일 발언 이후 더는 언론에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설령 충청도민 60% 이상이 수정안에 찬성한다한들 박 전 대표가 ‘신뢰의 정치’라는 명분을 거둬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두 사람 중 하나는 세종시 문제로 큰 정치적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높다. 세종시 문제가 향후 권력구도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된 셈이다.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에 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논란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 도전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 전 대표의 힘은 이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책 집행권’과 맞먹는 ‘거부권’이다. 이는 친박연대를 포함해 60석 정도인 친박 의원으로부터 나온다. 그는 차기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40% 안팎의 압도적 지지율을 얻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 영남권 의원들과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들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 확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50석으로 정국을 흔들었던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다”는 말도 한다.

여권에는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수정 반대’를 차기 권력구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후계자 낙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적, 정책적 지향점이 다른 박 전 대표를 후계자로 삼겠느냐”며 “박 전 대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 측은 후계구도의 키를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점을 적지 않게 의식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 대통령이 하루빨리 세종시 수정을 포기하고 박 전 대표에게 당권을 맡겨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당권을 통해 후계자의 자리를 보장받고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협조를 기반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세종시 문제로 두 사람이 완전히 결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해 온 불교계의 대표적 진보 인사인 봉은사(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의 명진 스님과 지난해 11월 말 환담을 나눴다. 그러면서도 연말 예산안과 노동법 처리 때는 7시간 가까이 본회의장을 사수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도 국익 차원에서는 정부를 돕되 비판할 일은 비판하는 ‘건설적 비판자’를 자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근 3년이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고 박 전 대표의 협조도 절실히 필요하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설정은 ‘국정 운영’과 ‘후계자 낙점’이라는 두 축과 맞물리면서 ‘공조와 마찰’의 두 바퀴로 굴러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