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원안 사수” 대세속 “기업 오는게 낫다” 목소리 꿈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11일 폭풍의 중심지인 충남지역은 반발 분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야당 등 정치권은 예상대로 “속임수”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상공인, 보수단체의 지지 성명이 잇따르는 등 발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 대체로 반발 분위기
“배신감 느낀다” 11일 오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연기군청 광장에서 ‘행정도시 원안사수 충청권 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세종시 원안 처리’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사즉생의 각오로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연기=원대연 기자
정부 방침을 규탄하는 집회도 잇따랐다.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조치원역 광장에서 주민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규탄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행정도시 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도 공주시청 앞에서 ‘행정도시 원안추진 총력투쟁 선포식’을 갖고 반대 집회를 계속 열기로 했다.
○ 찬성 여론도 고개
강계두 대덕특구지원본부 이사장은 “세종시 수정 추진을 통해 대덕특구와 세종시, 충북 오송·오창의 연계성을 강화해 대규모 및 융복합형 초일류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키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기군 남면의 한 주민은 “솔직히 정부가 원안보다 돈을 많이 내놓기는 했다”며 “5000원짜리 식사하는 공무원보다는 만 원짜리 식사하는 기업인이 우리에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해 온 세종시·4대강 살리기 범국민연대(상임대표 장영철)는 대전 서구 오페라웨딩에서 회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세종시 건설 추진 범국민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옆집 잔치에 우리집 돼지 잡는 꼴 될수도”
경기 충북 대전 호남, 기업 빼앗길까 걱정
“세종시가 ‘블랙홀 현상’처럼 기업을 흡수해 버리면 나머지 지역의 발전은 어떡합니까.”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경기도와 충북, 호남 등에서는 충남에 특혜가 집중되고 자신들의 역점 사업과 중복돼 기업을 빼앗긴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정부부처 분할이전 백지화는 잘한 일이지만 국가 전체의 이익을 도외시하고 충청도 표만 의식한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1200만 경기도의 주요 현안은 기약 없이 유보되고 전국의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인 만큼 정부는 과감한 규제완화 약속을 즉각 시행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충남과 인접한 충북과 호남도 걱정이 많았다. 충북도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와 진천·음성혁신도시, 충주기업도시 등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산업단지에 올 기업들을 세종시에 빼앗겨 ‘공장 없는 산업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충청권 민심이 변하지 않는데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수단으로 몰아붙인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옆집 잔치에 우리집 돼지가 죽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 시장은 “35년간 조성해 온 대덕연구개발특구도 아직 예정된 투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는데, 세종시에 유사한 기능의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면 대전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광태 광주시장도 “광주·전남혁신도시와 광주연구개발특구 육성, 발광다이오드(LED) 산업과 중복돼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남도 이상면 정무부지사도 “전남의 선도사업인 신재생에너지가 세종시 역점사업에 포함되면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경옥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새만금은 세종시보다 경쟁력이 있다”며 “다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세종시와 중복돼 사업 축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질투 나네” ▼
“세종시만 챙기나… 우리도 지원 요구할 것”
영남 강원, 수정안 수긍하면서도 떨떠름
충남도와 지리적으로 떨어진 강원도와 영남은 “세종시 때문에 그동안 공들여온 각종 투자유치사업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지방 투자유치사업에도 세종시 수준의 혜택을 줄 것을 요구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세종시에 대한 지원은 지방의 성장 동력을 약화하고 지역균형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기업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12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대통령께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혁신도시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기업체 유치 때 세종시 수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도 “앞으로 여론 수렴과정에서 신서혁신도시, 국가과학산업단지 등에도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분양가와 세제 지원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영남권에도 산업친화형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지정하거나 경북 동해안의 과학 및 원자력산업 벨트 조성 등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세종시 수정안이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지역의 권역별 계획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적극 지지” ▼
오세훈 서울시장 “충청 발전 사회통합 계기”
안상수 인천시장 “세종시와 협력방안 모색”
서울시와 인천시는 정부의 수정안에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11일 오전 오세훈 시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 제시는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는 행정부처가 옮겨가 사실상 수도 분할이 이뤄질 경우 서울의 중추 기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초기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국책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정안을 통해 효율적인 충청권 경제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도 “늦은 감이 있으나 수정안 발표를 환영한다”며 “수정안을 계기로 사회가 통합되고 국가경쟁력도 올라가길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정부안을 지지하면서도 지역 현안 해결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안 시장은 “세종시 수정안은 바람직한 방향이며 정부부처 분할 백지화는 긍정적인 결정”이라며 “인천시와 세종시 간의 상생과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시장은 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국내 기업 인센티브 강화 등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