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협정 체결회담 공식제의 안팎‘美와 양자로’→‘복수’ 표현… 대상 명시는 안해대북제재 버티기 한계… 6자복귀 명분 찾는듯
11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북핵)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지만 갈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6자회담 복귀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내세워 협상의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속내를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특유의 모호성을 남겨 앞으로 한국과 미국 등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북한은 우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 방식과 관련해 모호한 표현으로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평화협정 회담을 6자회담 9·19공동성명의 합의대로 진행하거나, ‘6자회담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는 가시적인 비핵화가 진행된 뒤 ‘별도의 포럼’에서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지만, 후자는 6자회담의 의제를 비핵화가 아닌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겠다는 상반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전협정 서명국이 아님을 이유로 한국을 협정 당사국에서 제외시키려고 했던 북한은 여전히 한국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라며 “북한이 당사국을 북한과 미국, 중국으로 한정하면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호성 때문에 이날 북한 성명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여부를 전망하기는 이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성명은 평화협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핵화보다 앞에 둔 것이어서 회담 재개를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한미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뒤에 이번 성명이 나왔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성명에는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자초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제라도 제재국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희망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회담 참여국들에 6자회담 복귀 명분을 달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