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생활비에 보상금 바닥… 실직겹쳐 빈곤층 추락 일쑤
교통사고를 겪은 가정은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질병으로 한 가정이 가난으로 추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고 없이 발생한 교통사고도 가난의 주요원인이 된다는 것.
교통안전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7월 23일부터 31일까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자동차사고피해자 지원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온 1005가구를 조사한 결과 이들 가구의 51%(506가구)가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월 소득 50만 원 미만인 경우도 8.5%(85가구)나 됐다. 월평균 100만 원 미만으로 지출한다는 가구는 38%(381가구)였다.
또 연구팀이 교통사고 당사자나 해당 가족이 자동차 사고 후 겪는 문제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81.2%가 ‘소득감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 악화’(9.0%), ‘자녀양육의 어려움’(4.8%) ‘사고 이후 실직’(2.5%), ‘부부, 자녀와의 불화’(1.3%), ‘대인관계 사회활동 기피’(1%) 순이었다. 사업가 B 씨는 자동차 사고 후 시력이 떨어져 자신의 사업을 주변 지인에게 맡겼다. 이후 B 씨의 사업체는 부도 처리됐다. B 씨는 “남에게 사업을 맡기니 엉망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자동차사고 피해자 지원제도의 지원을 받는 인원도 2000년 1만1512명에서 2008년 2만1295명으로 약 2배로 증가했다. 지원 금액도 113억 원에서 332억 원으로 늘었다. 또 자동차사고 후 지원을 받은 기간이 6년 이상인 경우가 49.6%로 한 번 자동차사고로 생활이 어려워지면 좀처럼 경제적인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상용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교통사고 전에는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인 중산층이 사고 후 저소득층이 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에게는 보상금 1억 원을 줘도 생활비로 금방 써버리고 생계가 막막해진다. 단순한 금전적 보상보다는 다시 사회에 합류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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