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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난민지원센터

입력 | 2010-01-12 03:00:00


영국 제2의 금융그룹인 바클레이스 은행은 2008년 말 보스니아 난민 출신인 다이애나 젱킨스 덕분에 금융위기를 넘겼다. 젱킨스는 평소 알고 지내던 중동의 왕족들로부터 73억 파운드(약 13조 원)의 투자를 유치해 남편이 이사로 근무하는 은행을 구했다. 보스니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3년 영국으로 탈출한 젱킨스는 피나는 노력 끝에 모은 재산을 발판 삼아 유명 인사가 됐다. 난민의 고통을 잘 아는 젱킨스는 지난해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등이 참석한 자선파티를 주최해 수단 다르푸르 난민을 위해 1000만 파운드를 모금하기도 했다.

▷젱킨스처럼 외국에 정착해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고국을 등진 정치적 경제적 난민들은 대부분 타국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08년 전 세계에서 152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40만여 명만이 법적 절차를 거쳐 난민 또는 망명자로 외국에 정착했다. 대부분은 중국 대륙을 떠돌고 있는 탈북자처럼 유랑하거나 난민촌에서 실낱같은 목숨을 이어간다. 난민들에게 세상은 공평하지도 평평하지도 않다.

▷한국도 난민 수용에 관한 한 자랑할 게 없다. 199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410명의 외국인이 난민신청을 했으나 정부는 145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난민 인정률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부끄러운 수준인 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2012년 영종도에 150∼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지원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경기 파주시에 지으려던 난민센터가 시의회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점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성사시키기 바란다.

▷해마다 난민과 망명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의 상위권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영국이 차지한다. 선진국이 난민대책에서도 앞장서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국의 국격이 올라갔다는 자평이 무성하다. 난민대책도 우선 인도적일뿐 아니라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분야다. 우리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중국에 탈북자를 강제송환하지 말고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도 더 당당하게 할 수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