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여가수 아이비(본명 박은혜·28)의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에 유출되자 한 누리꾼이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한 글이다. 아이비는 6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아이비백’에 출연해 번지점프를 한 후 인증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비가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인증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한 인터넷매체에 보도됐다. 이후 사진에 실려 있던 아이비의 주민등록번호는 순식간에 인터넷 전반에 확산됐다.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되자 일부 누리꾼은 ‘웬 떡이냐’는 반응과 함께 아이비의 주민등록번호를 퍼 나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퍼 나르는 수준을 넘어 연예인 ‘아이비’, 나아가 ‘박은혜’란 한 20대 여성의 사생활을 이 잡듯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아이비의 주민등록번호로 검색을 한 후 아이비가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털 사이트를 찾아냈다. 이들 사이트에 접속한 후 아이비의 주민등록번호로 ID, 비밀번호를 역추적해 아이비가 어떤 커뮤니티에 가입했으며, 어떤 글을 남겼는지 확인했다.
문제는 상당수 누리꾼이 타인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철저히 파헤치면서도 이를 ‘유희’와 ‘놀이’로 여길 뿐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무선인터넷 시대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누리꾼들의 상당수는 10, 20대다. 이들은 이중적으로 자신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받길 원한다. 애인과 헤어지면 상대방의 미니홈피, 블로그에 있는 자신의 사진 등 각종 개인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상식이자 권리다. 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는 ID, 가명 등을 사용해 실명 등 개인정보 노출을 철저히 피한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면 남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다. 누리꾼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정보가 자신의 것인 상황을 상상해보길 바란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