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 해피데이’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
“에라이 썩을 눔아, X랄 말구 처먹기나 혀!”
‘까칠 캐릭터’에도 원조가 있다면 아마 욕쟁이 할머니가 아닐까. ‘불친절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는 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전국의 욕쟁이 할머니집들.
소설가이자 ‘한국의 맛있는 집’ 시리즈를 쓴 백파 홍성유 선생에 따르면 욕쟁이 할머니집은 전주 콩나물해장국집, 여수 생선해장국집, 청주의 한 설렁탕집이 원조라고 한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과 욕을 먹기 위해 발품을 팔아 음식점을 찾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어머니 같아서’, ‘어른이 그리워서’, ‘신기해서’, ‘정이 넘쳐서’ 등으로 귀착된다. ‘할머니의 욕이 시처럼 느껴져서’, ‘은근히 귀여우셔서’와 같은 다소 황당한 사유도 없지 않았다.
스포츠동아의 인기 연재만화 ‘츄리닝’의 스토리 작가인 이상신 씨는 자신의 작품에 욕쟁이 할머니를 자주 등장시키는 이유에 대해 “손님이 욕을 ‘처먹으려고’ 돈을 낸다는 자체가 만화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욕쟁이 할머니집을 가 본 일은 없지만 영화 ‘오해피데이’에서 욕쟁이 할머니로 나온 김수미 씨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욕쟁이 할머니계의 전설적인 사례로는 위에서 언급한 전주 콩나물해장국집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전주 콩나물해장국집에 고 박정희 대통령이 방문했다. 그런데 대통령을 몰라 본 할머니 왈,
“니 눔은 어쩜 그리 박정희를 닮았냐? 엣다, 기분이다. 계란 하나 더 먹어라.”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