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 가족을 나치로 부터 숨겨준 네덜란드인 조력자 미프 기스 씨(앞줄 맨 왼쪽)가 향년 100세로 11일 사망했다. 사진은 프랑크 가족의 조력자들과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앞줄 가운데). 1945년 촬영. 사진출처=‘안네 프랑크’ 웹사이트
'안네의 일기'를 세상에 소개한 미프 기스 씨가 11일 낙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영국 BBC뉴스가 12일 보도했다. 향년 100세.
기스 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다락방과 창고에 은신한 안네 프랑크 가족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해 준 네덜란드인 조력자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안네의 가족이 누군가의 밀고로 발각돼 독일의 유태인 수용소로 끌려간 이후 그는 안네가 1942년 6월부터 1944년 8월까지 작성한 일기를 모아 몰래 보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프랑크 씨에게 그 동안 보관해 온 딸의 일기를 돌려주고 1947년 이를 책으로 엮는 작업을 돕기도 했다.
이후 기스 씨는 최근까지 '안네의 일기'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며 나치 치하에서 유태인들이 겪은 고통과 안네 가족의 은신처 생활상 등을 전해왔다.
그는 또 '안네 프랑크' 웹사이트를 통해 사춘기 소녀 안네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을 전한 바 있다. 나이보다 조숙했지만 매우 친절하고 밝은 소녀였던 안네는 자신이 일기 쓰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기스 씨에게 몹시 화를 내기도 했다는 것.
그는 "안네가 일기를 그만큼 소중히 여겼다고 생각했기에 프랑크 씨에게 일기장을 전달하기 전에는 차마 읽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판된 이후 각국어로 번역돼 세계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