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해외 전지훈련 등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 대표팀의 숙소 생활이다. 매번 빠지지 않는 이유는 선수들의 숙소 생활을 팬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쉴 때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영화를 보는 지 팬들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전지훈련 1주일 정도 지나면 이런 기사를 많이 접하게 마련이다.
숙소생활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천해왔다.
70~80년대야 쉬는 날 밀린 빨래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잠자는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요즘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쉬는 시간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남아공 전지훈련 멤버들의 경우, 치열한 생존경쟁 탓으로 숙소 생활은 그리 편하지는 않을 듯싶다. 처음으로 한방을 쓰는 선수들끼리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경쟁을 하는 같은 포지션의 선후배라면 말은 안 해서 얼마나 껄끄럽겠는가. 서로 성격을 잘 몰라 오해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축구협회 홍보국 박일기 대리는 “처음에는 서먹해서 보기 좀 그랬는데, 며칠 지나면서 모두 잘 지낸다”고 설명했다.
숙소는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다. 훈련이나 경기 때 쌓인 스트레스를 각종 여가생활을 통해 푸는 곳이다. 물론 숙소를 이탈해 음주를 한 사실이 적발돼 문제가 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숙소를 벗어나지 않는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다음 날 훈련을 대비한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노트북이 대세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노트북에 다운 받아온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선수도 많다. 갑갑한 실내 대신 수영이나 족구 등을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 잠비아에 참패를 당한 뒤 가진 휴식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휴식은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를 푹 쉰 대표선수들은 다음날 다시 밝은 표정으로 훈련장에 나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허정무 감독도 환한 표정으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그라운드는 10여분이 지나자 후끈 달아올랐고,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서 활력을 다시 되찾았다.
이처럼 휴식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체력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플레이를 되돌아보는 반성을 시간을 갖기 때문에 훈련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볼 잘 차는 태극전사들은 휴식도 알차게 보낸다고 생각하면 정답이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