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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등록금 상한제 vs 세계적 대학

입력 | 2010-01-12 17:00:00



정치권과 대학들이 대학 등록금 상한제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등록금 상한제는 대학 등록금의 인상을 물가 인상률 이내로 제한하는 법률입니다. 이번 논란은 갑작스럽게 불거졌습니다.

정부가 올해 1학기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민주당 반대로 연기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1학기 도입이 무산됨에 따라 국회에 대한 비난이 고조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협상 카드로 등록금 상한제를 꺼낸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등록금 상한제를 받아주면 민주당도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수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두 사안을 연계해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대학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 자율화와 선진화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대했습니다. 어제는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대학의 어려운 재정 형편을 외면하는 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학의 반대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한국 대학의 재정 상황은 나쁜 편입니다. 대학에 대한 기부가 활성화되어 있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기부는 초보 단계입니다. 정부가 부담하는 고등교육비도 적습니다. OECD 국가의 평균이 국내총생산 대비 1%인 반면에 우리는 0.6%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등록금을 묶어놓으면 대학의 선진화, 즉 세계적 대학의 창출은 더 멀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대학 스스로가 경제 사정을 고려해 등록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이 옳습니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과거의 권위주의로 되돌아가는 일입니다. 등록금을 법으로 묶게 되면 대학은 그 수준에 맞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교육의 핵심과제인 대학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대학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정치권의 등록금 포퓰리즘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