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부터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퇴직연금이란 무엇이고 유형별로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사내 적립했던 퇴직금, 금융회사에 맡겨 관리
급여형, 연금액 확정… 기여형, 수익률 따라 변해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Defined Benefit)형 △확정기여(DC·Defined Contribution)형으로 나뉩니다. DB형과 DC형은 가입한 뒤 10년 이상 지난 근로자가 55세가 넘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운용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DB형은 가입자가 퇴직 후 받을 연금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 반면 DC형은 연금액은 변할 수 있지만 회사가 부담하는 적립금이 사전에 확정됩니다. 다시 말해서 DB형은 가입자가 받는 퇴직연금이 결정돼 있지만 DC형은 가입자가 운용 결과에 책임을 지고 그에 따라 퇴직연금 액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크면 DB형이 유리하지만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작으면 DC형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DB형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퇴직금을 약속한 뒤 기업이 운용하고 책임을 지는 제도이기 때문에 기존 퇴직금 제도와 비슷합니다. 따라서 DB형은 비교적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나 연차가 높아질수록 월급 인상률이 높은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들에게 유리합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젊은 직장인이나 연공서열 중심의 급여체계를 갖춘 공기업 및 대기업 직원에게는 DB형이 적합하죠. 또 적립금의 60% 이상을 금융기관에 적립하도록 해 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근로자는 최소한 60%의 퇴직금은 보장받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1년에 한 번씩 퇴직금을 받아서 이 금액을 어떻게 투자할지 직접 선택하게 됩니다. 적립금을 외부 금융회사에 맡겨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에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없습니다. 또 가입자가 적립금을 추가로 넣는다면 개인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300만 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DC형은 성과급 중심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 직장 이동이 잦거나 퇴직금 지급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유리하죠.
DC형 가입자는 퇴직연금을 어떤 금융기관에 맡길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보험사와 은행, 증권사 모두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투자성향이 원금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안정선호형이라면 원금에 최소한의 이자가 보장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낫습니다. 반대로 원금 손실이 날 위험이 있더라도 정기예금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하면 됩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4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액 규모는 10조3345억 원입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가입한 회사는 4인 이상 기업체 중 22.6%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08년 11월 5조4400여억 원에 불과했던 퇴직연금 적립액이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날 만큼 최근 기업들의 퇴직연금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모든 기업이 퇴직연금제도를 채택해야 합니다. 또 올해 말이 되면 기존의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을 가입한 회사에 제공했던 법인세 감면이 폐지되면서 세제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회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